금융당국이 보험업권의 불완전판매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습니다. 금융위의 2023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서비스 이용 환경 구축 방안 중 하나로 보험 불완전판매 방지방안 마련이 포함됐습니다.보험 불완전판매. 한 눈에 의미가 바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불완전판매는 은행, 투자신탁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판매하는 행위, 혹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보험사가 체증형 종신보험 가입을 유도하거나, 기존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사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불완전판매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지난 2018년 보험연구원에서 발행한 ‘보험금융연구’에 실린 논문에서는 크게 3가지 배경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 등 난해하고 까다로워 일반 소비자의 상품 및 계약 이해도가 낮다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보험상품은 공급자인 회사와 수요자인 계약자 간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특성도 있죠. 또 홈쇼핑, GA(법인보험대리점) 등 새로운 판매채널 등장도 한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보험 불완전판매 건수와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피해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민국(경남 진주시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국내 보험업권 불완전판매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보험업권의 불완전판매 건수는 총 13만8021건에 달합니다. 전체 신계약건수(1억 3086만 1839건) 중 0.11%입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구분해서 살펴 볼까요. 생보의 불완전판매 비중은 손보에 비해 3배 높았습니다. 손보 불완전판매는 총 5만3468건으로 전체 신계약의 0.06%였습니다. 생보는 8만4553건으로 전체 신계약의 0.18% 수준이었죠. 생보 업계 관계자는 “종신이나 변액보험은 보험 기간이 긴 장기상품”이라며 “또 상품 구조가 손보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별로는 어떨까요. 생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생보업계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상위 5개사는 △ABL생명(0.31%) △에이스손해보험(0.27%) △처브라이프(0.26%) △KB생명(0.25%) △DGB생명(0.24%) 였습니다.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협회사 중 △에이스보험(0.27%) △AIG손보(0.12%) △롯데손보(0.04%)의 불완전판매비율이 업계 평균 0.03%보다 높았습니다.
불완전판매는 몇몇 계약자와 보험사 간 갈등, 피해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보험상품과 보험회사, 여기서 더 나아가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대표적 선례입니다.
금융위는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팔 걷고 나섰습니다. 기존 계약 해지 후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보험 갈아타기(보험계약 승환)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특히 GA를 대상으로 비교설명제도를 강화하는 등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보험업권의 해묵은 난제. 이번에는 풀 수 있을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