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현대카드는 이르면 내달부터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기존에 삼성 ‘갤럭시’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기존 국내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의 기대감은 높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현대카드 신규 발급을 고려 중인 소비자도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는 ‘당분간은 애플페이에서 현대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약 10일 동안 진행된 설문조사에 2082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절반이 넘는 57%(1187명)가 ‘현대카드(신규 발급 포함)로 애플페이를 먼저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타 카드사 이용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린다’(30.7%), ‘사용하지 않는다’ (12.7%)였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이달 초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8일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처음 출시돼 전세계 75개국에서 사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3일에서야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국내 사용 허용 결론을 내렸다.
애플페이에 현대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카드가 독점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애플과 현대카드간 계약상 독점 계약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당분간 유일한 애플페이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후발주자들이 애플 측과 제휴 협상을 벌이고 서비스 준비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려면 계약도 해야 하고 아이폰에 해당 카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면서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라고 봤다.
애플페이 출시로 아이폰 점유율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보급 확대가 관건이다.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를 동시 지원한다. MST는 카드 마그네틱을 통해 결제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국내 대부분 점포에서 단말기를 사용 중이다. 반면 애플페이는 NFC만 지원한다. 별도 수신기를 탑재한 단말기가 필요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개 중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내외다. 대당 15~2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설치 비용에 영세 가맹업자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교통카드 기능이 빠진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애플페이를 대중교통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이 ‘티머니’·‘캐시비’ 등 교통카드 사업자와 별도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현재 일부 업체가 애플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도입된 초반, 시장의 많은 관심이 쏠릴 수는 있으나 실제로 애플페이로 인해 기기를 변경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면서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