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연금 개혁과 관련해 젊은 세대와 노후 세대 간의 ‘불행배틀’을 멈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숫자정책을 벗어나 다양한 시민 목소리가 반영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잠정)를 발표했다. 5년 전인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당시 내놓은 소진 예측 시점 2057년보다 2년 앞당겨졌다. 수지적자 시점은 2042년에서 1년 앞당겨졌다.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7~24%로 현재 9%의 배가 넘게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보험료율, 수급개시 연령, 정년 연장 등 연금개혁 논의가 도마 위로 올랐다.
이와 관련 16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개혁 목소리’ 토론회에서는 청년을 대표하는 청년유니온, 한국청년정책네트워크와 고령층을 대표하는 노후희망유니온 등 각계 시민단체가 모여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날 참여한 청년 시민단체들은 세대 간 갈등 조장을 경계하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연금 등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노년층은 청년층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청년은 불안하다고 말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라며 “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매번 고갈시점을 중심으로 한다. 공포를 유발하는 연금정치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우린 단지 미래세대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금개혁 방향에 있어 계층 간, 성별 간 차별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일례로 2020년 국민연금 추후납부 열풍이 불었을 때 고위층 부모들이 만18세 이상 자식들에게 몇 억씩 연금을 부어주던 사례도 있었다. 반대로 프리랜서인 자신은 30세의 나이에 연금 가입기간은 고작 11개월이다”라며 “소득대책율, 보험률 같은 숫자는 청년세대와 와 닿지 않는다. 가입기간도 보장되지 않는데 그 사소한 숫자 차이를 누가 신경 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도 연금의 하나로 거론되는데, 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일반 직장인 1년차 37.5%가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다. 하지만 이들은 퇴직연금을 받을 수 없다. 고용형태와 일터문화가 바뀌어 가는데 정책과 이질점이 커지고 있다. 미래세대의 생계를 어떻게 보장하고 다른 보험체계와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성차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와 비교해 남녀 간 연봉차이가 32.1% 난다. 남성이 받는 연봉이 더 높다. 이는 연금에서도 드러난다. 노인 여성은 월 평균 46만원, 노인 남성은 월 평균 90만원을 받는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연금개혁이 정치적 표계산을 넘어 더 많은 세대가 자기 책임을 얘기하고 나아가야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말할 수 있는 연금개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도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불행배틀’이라고 표현하며 시민들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 대표는 “연금을 얘기하면 다양한 세대들이 누가 더 불행하고 불이익을 받는 지를 말한다. ‘불행배틀’을 하는 셈이다”라며 “사실 청년 세대 중 국민연금을 얼마받는지에 관심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90년대생인 본인도 군복무 합쳐 가입기간이 24개월, 게다가 60년대생인 어머니는 경력단절로 회사를 그만두고 평생을 명함없는 일들을 하셨는데 연금 가입기간은 고작 14개월이었다. 그만큼 연금은 사각지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는 논의보다는 금액을 받을 수 없거나 너무 적어 생계가 힘들어질 시민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정부부처와 국민연금특위, 시민단체 대표 등이 토론회를 마련하며 의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회의장 밖 시민들과 소통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관성을 벗어나서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걸 구성하는 안전망과 정책제도는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를 말해야 할 때”라며 “2057년 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지금 논의해 온 이야기들이 긍정적으로 적용해 미래세대의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연령관계 없이 현 세대가 모두 책임을 다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초로 한 연금개혁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