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A학점 취득 학생 비율은 54.7%로 2019년(33.7%)보다 21%p 올랐다. 코로나19로 학점 평가 기준이 완화하면서 대학생 10명 중 5명은 A학점을 취득한 셈이다. 2022년 분석 결과를 보면 2021년에는 그 비율이 47.9%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2019년에 비해 14.2%p 높은 수치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학금, 복수전공, 기숙사 신청부터 취업, 로스쿨・대학원 입시까지 피해 영역은 다양하다.
코로나19 이전 대학에 다니기 시작한 학번들이 20~22학번과의 경쟁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대면 수업 재개와 더불어 기존 상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학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학교마다 전환 기준은 제각각이다. 대학 간 경쟁에서의 불공정 문제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4.5 아니면 꿈꿀 수 없는 장학금
지방 국립 A 대학을 졸업한 17학번 최시은(24・여・가명)씨. 그는 새내기 시절부터 성적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던 2020년, 그의 기록에도 공백이 생겼다. 장학생 명단 어디에도 ‘최시은’ 이름 석 자는 없었다. 급히 적금을 깨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제가 다니는 학과는 전체 학기 평균 학점을 기준으로 장학생을 선발해요. 고학번은 20학번과 똑같이 성적을 받아도 학점 완화 이전 점수까지 평균을 내니까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죠. 보통 3.8 정도면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2021년에 조교에게 물으니 이젠 4.5가 기본이라고 하더라고요.”
최씨는 장학금을 위해 휴학까지 포기했다. “학교에서 주는 성적 장학금은 직전 학기 학점을 기준으로 해요. 2020년에 휴학할 계획이었는데 그러면 복학했을 때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높아진 성적 사이에서 저만 2019년 학점으로 경쟁해야 했죠. 안 되겠다 싶어 휴학을 포기했어요. 자취방을 구해 학교에 다녔습니다.” 최씨의 2020년 1학기 성적은 4.42(4.5점 만점)였다. 그러나 결국 장학금은 받지 못했다.
취준생 울리는 학점 완화 기준
지방 사립 B 대학 졸업생 윤민서(가명)씨는 취업 시장에서 불리함을 느꼈다. B 대학은 2020년 1학기 절대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2학기부터 기존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취업 시 타 대학과의 학점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재학생들은 학교에 항의했다.
“몇 년 후 A학점 비율이 늘어나긴 했지만 제가 졸업하는 마지막 학기의 일이었어요. 기업에서 학교별로 학점 완화 기준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일일이 헤아려주는 게 아니잖아요. 이때까지 학점 관리에 쏟았던 노력이 헛수고가 됐죠.”
수도권 사립 C 대학에 다니는 김시우(가명)씨도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사기업 지원 시 소위 학점 컷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평점 점수 범위별로 회사에서 평가하는 환산점수가 있는 거죠. 다른 학교에 비해 학점이 짠 우리 학교는 타 학교와의 경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15개 대학 중 2020년 1학기 A학점을 가장 많이 준 학교는 숙명여자대학교(76.6%), 가장 적게 준 학교는 성균관대학교(43.8%)였다. 두 학교의 A학점 비율 차이는 32.8%에 달했다. 주요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15곳으로 잡았다.
양윤선 쿠키청년기자 qorfh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