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빵집을 운영했던 한모(29·여)씨는 코로나19로 큰 빚을 지게 됐다. 매출 부진 직격탄을 맞은 그는 지난 2020년 2000만원가량의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대출 후에도 한씨의 생활고는 여전했다. 매장 운영 비용과 생활비를 동시에 감당하기 힘들었다.
한씨는 “9개의 다중 채무를 지며 대출을 대출로 돌려막다 보니 어느새 빚이 9000만 원가량까지 불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 거액의 빚을 떠안고 나니, 무서운 마음이 앞섰다”는 한씨. 그렇게 그는 지난해 8월, 불어난 빚을 이기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청년이 느끼는 경제고통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2년 상반기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해 산출한다.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5.1로,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23.4)을 웃돌았다.
소득 불안정은 청년의 어려움을 가중한다. 취업준비생 김민재(28·가명)씨는 불안정한 소득으로 빚을 갚아가는 현실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첫 대출을 받았다. 그는 “최초의 대출 금액은 1800만원가량으로 크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개인 사정으로 취업이 미뤄졌고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는 대출 상환이 어려웠다”며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빚이 불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 채무 증대의 가장 큰 원인은 가용소득의 부재 및 감소다. 안정적인 소득이 부실한 상황에서 빚을 진 청년이,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재차 대출받으며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한상휘 상담관은 적은 임금으로 높은 생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의 현실을 지적했다. 한 상담관은 “생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청년은 대개 은행에서 시작해 적당한 금리에 빚을 지지만, 이직 등의 이유로 적은 소득마저 단절될 시 지출 비용만 증가해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안창현 변호사는 “이 같은 적자 구조에 빠지면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청년이 돈을 벌어서 갚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청년 맞춤형 신용 조건 및 대출 진행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김영재 센터장은 “소득과 신용만으로 대출을 진행하기엔 현재 경제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며 아닌 “청년의 상황을 고려한 대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쿠키청년기자 lgimac01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