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부작용” 파킨슨병 환우들 뿔났다…“오리지널 재도입” 촉구

“복제약 부작용” 파킨슨병 환우들 뿔났다…“오리지널 재도입” 촉구

22일 국민동의청원에 오리지날 약제 재공급 촉구
오리지널과 복제약 사이 첨가물 차이…환자 단체 “약효 달라”

기사승인 2023-02-24 18:27:48
‘14만 파킨슨병 환우를 위해 기존 오리지널 약제의 재공급에 관한 청원’.   국민동의청원 캡처

파킨슨병 환자들 사이에서 필수의약품으로 꼽혔던 ‘마도파정’의 재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성분의 약 ‘명도파정’이 있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지속 사용이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지난 22일 국민동의 청원에 ‘14만 파킨슨병 환우를 위해 기존 오리지널 약제의 재공급에 관한 청원’ 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 및 그간의 제도 개선 차원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동일성분 후발 의약품 등재건’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병이다. 이는 움직임이 더뎌지거나 이유 없는 팔다리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약을 꾸준히 먹으며 치료해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한국로슈의 마도파정은 염산벤세라짓·레보도파 성분의 복합제로 1992년 국내에 처음 허가된 파킨슨 치료제다. 하지만 2021년 명인제약의 명도파정이 품목허가를 받게 된 뒤 약가 인하 등에 따른 부침을 떨치지 못하고 자진 품목취하를 결정했고, 지난해 말 공급이 중단됐다.

청원인은 “오리지널약인 마도파정을 복용 중이던 환자들은 약품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복제약을 복용하게 됐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 이중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복제약은 오리지널약처럼 수년간 수차례 반복하며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완료한 게 아닌, 단순히 복제약품의 안정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는 연구 방법으로 허가받은 제품”이라며 “해당 연구 결과에서는 ‘복제약과 오리지널 약의 체내 흡수 속도 및 흡수량의 동등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환자의 치료 효과 면에서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오리지널약의 경우 임상 1상, 2상, 3상의 검증 절차를 모두 밟고 평균 약 10여 년의 시간을 소요해 최종 승인을 받는다. 반면 복제약은 생동성 시험을 통해 약효를 검증받으면 된다. 생동성 시험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줄임말로 건강한 지원자를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시험약(복제약)과 대조약(오리지널약)을 각각 투여하고 혈액을 채취해 약물 농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약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와 흡수량 등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하다는 것을 분석한다. 약효가 오리지널약의 80~125% 범위에서 나타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명도파정을 복용한 환우들은 마도파정에 비해 약효 시간이 짧고 기립성 저혈압, 불수의 운동, 심각한 어지러움, 섬망, 환시, 망상, 다리 마비 등과 같은 새로운 부작용 증상을 느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파킨슨병 환자가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명도파정에 대한 부작용 사례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한 병에 50만 원인 마도파정을 해외에서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마도파정의 국내 재도입을 촉구했다. 

파킨슨병 환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도파정 관련 게시글 


주성분은 같아도 첨가물 달라…“오리지널 선호 경향도 한 몫”

마도파정과 명도파정은 주성분이 레보도파, 벤세라지드염산염으로 같다. 반면 첨가물은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환자 단체는 뇌에 영향을 주는 약인 만큼 첨가물이 미세하게 달라도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받는 영향은 크다고 주장한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협회를 비롯해 환자 개인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넣고 있다. 기존 오리지널 약과 다르게 복제약을 복용하면서 약효가 짧아지는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며 “미세한 성분 차이라지만 뇌에 적용되는 부분이니 환자들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을 느끼는 것이라면 시판 후 이상사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킨슨병 환자는 약을 먹지 않으면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어 약효가 10~20분만 짧아지더라도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약을 더 먹자니 부작용 우려가 크다. 특히 고령층 환자가 많다보니 보필하는 가족들까지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파킨슨병 환자는 14만여 명에 달하고 사회는 고령화돼 가고 있지만 정부 지원 대책은 미흡하기만하다. 오리지널 약을 다시 도입하는 것부터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전문가는 오리지널과 복제약 성분이나 약효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실제로 부작용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실제로 복제약으로 바꾼 이후 약효가 짧아졌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 파킨슨병은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병인 만큼 환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또 기존에 복용하던 약에서 갑자기 다른 약으로 바꾸게 되면 불안감이 높아질 수도 있다”면서 “두 약의 성분 차이는 크지 않지만 오리지널에 대한 처방 선호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환자가 오리지널을 비롯해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치료 옵션을 확대해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명도파정 부작용 관련 문제가 발견될 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명도파정은 안전성, 유효성 검토 후 2021년 허가됐다. 모든 의약품은 5년마다 안전성,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의약품은 약사법33조에 따라 재평가 대상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살펴본 결과, 해당 의약품 허가 이후 부작용이 보고된 건 중 안전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부처 논의 후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로슈 측은 마도파정의 국내 재도입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마도파정의 국내 시장 철수는 약가만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슈는 아니다.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 생애주기 전략을 꾀하는 과정 중에 결정된 사안이기도 하다. 또 정부에서 허가한 복제약의 등장으로 대체 치료 옵션이 충분한 상태라고 판단했다”며 “마도파정 허가 취하 이후에는 한국 공급을 위한 글로벌 생산 시설 가동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외국계 회사는 국내 업체처럼 필요하다고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재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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