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매해 이맘이면 각국에서 온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주최 측인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MWC 2023’에 160여 개국 약 200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8만명 이상이 현장을 들를 걸로 추산된다.
주제는 ‘내일의 기술을 실현하는 오늘의 속도(Velocity)’다. 주요 테마는 △5G 가속화(5G Acceleration) △리얼리티플러스(Reality+) △개방형네트워크(Open Net) △핀테크(FinTech) △디지털X(Digital Everything) 등이다. 기간은 27일(현지시간)부터 내달 2일까지 나흘간이다.
MWC는 그간 코로나19 여파로 참가기업이 줄고 개최가 취소, 연기되는 부침을 겪었다. 올해는 ‘엔데믹’ 흐름에 맞춰 과거 명성을 조금씩 되찾으려는 듯 해보이나 관심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도시를 대표하는 큰 행사인데도 홍보는 덜해보였다. 2022년 행사에 참석했다는 모 기자가 했던 말을 빌리자면, 흔한 입간판조차 보이지 않는다. 행사장에 가까워서야 조금씩 느껴지는 정도였다.
개막 하루 전날인 26일 오전 메인 전시관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앞은 행사 참가업체와 기관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아쉽게도 취재진 출입은 허용하지 않았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도 삼성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언팩(Unpacked)’ 이후 글로벌 파트너사와 만나는 공식 자리인 만큼 삼성도 꽤 신경 쓰는 모습이다. 행사장 앞엔 삼성전자가 설치한 가로 20m·세로 9m 규모 대형 옥외 광고가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다. 곳곳에 브랜드 홍보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모바일 사업 수장인 노태문 사장은 미리 전시관에 들러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행사를 잘 준비했다”며 “백번 말해주는 것보다 직접 와보시면 의지와 방향성을 알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인들에게 삼성과 갤럭시는 어느 정도일까. 이곳 가이드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은 벌이가 덜하다. 덜 벌기 때문에 씀씀이도 적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단말 교체주기가 짧은 한국과 달리 기기를 오래 쓰고 갤럭시나 아이폰과 같은 고가제품을 찾지 않는다. 중국 화웨이 등이 오히려 더 환영받는 이유다.
행사장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삼성 모바일에 관해 “플립을 안다. 유용한 것 같다(Useful)”라면서도 “써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에 관해선 “싸고 퀄리티가 좋다”며 “카메라도 좋다”고 칭찬일색이었다.
MWC에 처음 참석한다는 또 다른 여성은 “모바일에 관해 많이 배울 것 같아 기대 된다”며 “삼성 모바일폰은 모른다. 화웨이는 이곳에서 유명하다”고 말했다.
올해도 한국 기업 비중이 상당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해 이동통신 3사(KT·SKT·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5개사, 중견·중소기업 60개사, 스타트업 65개사 등 등 약 130개사가 참가 한다. 예년보다 20% 많은 규모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중소기업은 반으로 줄었다. 스타트업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올해 MWC는 우천 행사가 될 예정이다. 주요 일정이 몰린 오는 28일(현지시간)까지 비가 예보돼 있다. 이날 오전도 비가 조금씩 내려 기온이 떨어졌다.
바르셀로나=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