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들어 부모급여 지급을 시작했다. 0세 아이가 있는 가정은 월 70만 원, 1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월 35만 원을 지급한다. 기존 월 30만 원가량 지원하던 영아수당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영아수당도, 부모급여도 도입 취지는 같다. 부모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손해되는 상황’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안이다. 부모급여 시행과 함께 시간제 보육, 아동돌봄 서비스 확대 등도 중장기 보육 계획에 담겼다.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보겠다는 정부. 과연 이번 지원은 육아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아이 키우기 조금 나아졌나요?” 지원을 받는 엄마들의 출산, 양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3회에 걸쳐 그 ‘속 맘’을 전한다. <편집자주>
“지원금이 나와도 애를 맡기자니 마음이 불안하고, 원하는 시설을 신청해도 대기가 길어 한숨이 나와요.”
12개월 여아를 키우는 엄마 임모씨(30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순번을 확인한다. 등록해놓은 지 1년이 지난 어린이집 입소대기 순번은 아직 31번째에 머물러 있다. 회사에서는 슬슬 눈치를 주는데, 막상 애를 맡길 곳이 없다.
지난 달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육아·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 인구는 698만1000명으로, 전년도 709만6000명에서 11만5000명(1.6%) 줄었다. 지난 2013년 2월 777만7000명으로 최대치를 찍고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아이와 가사에 묶여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점차 줄고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맘카페를 찾는 수많은 맞벌이 엄마들. 이들은 아이들이 1세가 될 즈음 기로에 선다. 직장으로 돌아갈지, 육아휴직을 연장할지, 아예 퇴사를 할지 고민한다. 오늘도 카페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보내야 할까요’, ‘시간제 보육 서비스 이용해보신 분’, ‘아이돌봄 서비스 어떤가요’ 등 가정과 일 사이에서 ‘육아 대안’을 찾는 엄마들의 물음이 쌓여간다.
이처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갖는 애로사항을 ‘영유아 양육 지원’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올해부터 지원을 시작한 부모급여를 어린이집 이용에 쓰면 만 0세와 만 1세 모두 51만4천 원의 보육료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영아수당의 경우 30만 원으로 한정돼 보육시설 이용비의 차액을 가정에서 부담해야 했지만, 지원제도가 개선되면서 부모가 내야 할 금액이 줄었다.
어린이집 대신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있다.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는 가구 소득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르다. 소득 유형이나 이용 시간에 따라 부모급여와 종일제 아이돌봄 서비스 중 더 유리한 지원 방식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돌봄 시간은 30분 더 연장돼 총 4시간 동안 아이를 맡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없거나 직접 양육하는 것이 부담되는 부모들에게는 전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돈은 있어도 정작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변변치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특히 국공립 같은 정부 지원을 받는 어린이집은 기약 없는 대기줄을 타야하고, 사설 어린이집은 언론에 보도됐던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마음 편히 아이를 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2개월 여아를 둔 엄마 최모씨(40세)의 경우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다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한 해가 넘어가자 회사 측에서 복직을 권유했다. 그는 “인근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받을 수 있는 인원이 10~15명인데 대기만 60명이 넘는다. 출산 전부터 대기를 했는데도 1년은 꼬박 더 기다려야할 판이다. 국공립은 다문화 가정, 둘째를 임신한 경우,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입소 1순위로 올라가는데,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왜 1순위로 둔 건지 모르겠다. 외벌이는 순위가 더더욱 밀린다. 아이를 맡겨야 일도 구할 수 있는 건데 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원 대상 연령을 24개월로 한정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8개월 여아 엄마 조모씨(35세)는 “‘아이를 최소 36개월부터 기관에 보내는 것이 좋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권고한다. 부모들도 아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때 시설을 이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부가 출산과 보육을 장려하고자 한다면 만 36개월까지 동일하게 부모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또 “1세 아이를 시설에 보내면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 이는 나가서 돈 버는 엄마가 오히려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야만 하는 집이 어떻게 보면 더 취약 계층일 수 있는데 차라리 가정 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하고 보육 바우처를 지급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무엇보다 일정 규모 직장 어린이집 운영 의무화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돈이 아닌 선택 사항과 시간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내달라”라고 말했다.
아이돌봄 서비스의 떨어지는 접근성도 도마에 오른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이용 가정의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금이 다르고, 실제로 돌보미가 연결되더라도 사람마다 경력이나 요구에 부응하는 정도가 달라 만족도 차이가 컸다. 특히 소득 기준 150% 초과 ‘라형’의 경우는 매칭이 거의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엄마들은 입을 모은다. 라형은 정부 지원금은 없어도 서비스 비용이 싸다보니 신청자 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10개월 남아의 엄마 박모씨(34세)는 아직 아이가 어려 어린이집보다는 집에서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알아봤지만 주변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엄마들 커뮤니티 사이에서 아이돌봄 서비스의 질이 매우 나쁘다는 평가가 많다. 시간제 보육 때는 밥을 제대로 챙겨주기는커녕 딸랑이만 흔들고 가는 돌보미도 있다고 들었다”며 “직접 신청했을 때도 대기가 길었고 복직 일주일 전 임박해서나 한 분이 간신히 매칭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정받는 양육자가 계속 달라질 수 있고 시간대를 정해 매번 따로 신청해야하는데, 차라리 사설 어린이집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부모는 단순 금액적 지원 외에도 환경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개월 남아 엄마 민모씨(33세)는 “기존 영아수당에서 개편된 부모급여 지원안은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 현실을 반영하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조기 퇴근으로 직장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함께 퇴근할 수 있거나 아빠도 육아 휴직을 반드시 쓰게 하는 방법들이 고려돼야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어린 아이들을 기관에 두고 싶은 부모는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민씨는 “실질적으로 출산에 영향을 주는 주거비, 교육비 등의 경제적 문제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같은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