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아들의 학교폭력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사회에 학교폭력 의제가 이슈화 되었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폭력사회》를 쓴 사회학자 볼프강 조프스키는 폭력이 인간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면서 ‘구경꾼’ 개념을 이야기 한다. 구경꾼이 폭력을 부추긴다는 것인데, 학교폭력 앞에서 방관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구경꾼들은 누구일까?
가장 큰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고 어른들에게 있다. 학교폭력, 직장 내 괴롭힘, 가정 폭력,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 등 우리 일상에서 폭력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폭력을 당한 가해자는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가 파괴된다. 우리 사회가 폭력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지만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언어폭력이 가장 많다는 것,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학교 선생님이나 학교 상담실 선생님에게 알리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는 것(학교 선생님은 28.1%, 상담실 선생님은 4%에 그쳤다), 피해 사실을 알려도 학교폭력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에도 학교폭력이 크게 이슈화되었다. <출판저널>(2012년 3월호)이 독서를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독서동아리 활동,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독서활동, 소통하고 공감하는 독서교육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 부족은 쉽게 언어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이 중요하다.
입시 중심의 학교교육과 아버지의 직업이 권력이 되고 폭력으로 피해자가 생기는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여러 방법 중 독서활동은 대안이 된다.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부터 친구, 선생님, 부모님, 이웃,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독서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이며 책문화생태학자이다.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책문화생태론》, 《청소년 독서토론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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