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눈치보여” 보험업계도 대출금리 인하 조짐

“금융당국 눈치보여” 보험업계도 대출금리 인하 조짐

보험사 성과급 체계 점검 들어간 금감원
대출금리 손질 들어간 보험사들…“은행과는 시간차”

기사승인 2023-03-09 06:00:21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고액 성과급 지급으로 금융당국 경고를 받은 보험사들이 대출 금리 인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8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지난 1월 평균 신용대출(무증빙형) 금리는 9.99%로 지난해 12월(10.16%)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신용대출 금리를 가장 많이 내린 곳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지난해 12월 13.11%에서 1월 11.86%로 1.25%p를 내렸다. 흥국화재는 12.45%에서 11.61%로 0.84%p 내렸다. NH농협손해보험은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금리를 내렸다. 6.24%에서 6.17%로 0.07%p 낮아졌다.

삼성화재는 주담대 금리를 0.64%p(5.34%→5.98%), 신용대출 금리는 0.26%p(8.32%→8.58%)로 올렸다. 현대해상도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11%p(5.67%→5.78%), 0.38%p(9.41%→9.79%) 조정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살펴보면 교보생명은 주담대 금리를 지난해 12월 6.33%에서 지난 1월 6.04%로 0.29%p 내렸다. 삼성생명은 0.17%p(5.83%→5.66%)를, 한화생명은 0.09p%(6.02%→5.93%) 주담대 금리를 내렸다.

신용대출의 경우 생보협회에 공시한 보험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만 9.78%에서 9.77%로 0.01%p 소폭 내렸다. 생보사들의 신용대출 평균값은 지난해 12월 9.61%에서 지난 1월 10.13%로 0.52%p 올랐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공시가 되지 않았을 뿐, 지난달을 기점으로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시 전이지만 3월 대출금리는 대다수 보험사들이 낮추는 분위기다. 자사도 이달 주담대와 신용대출 굼리 모두 지난달보다 하향 조정했다”며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는 가산금리과 기준금리를 고려한다. 기준금리는 올라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서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과 제2금융권 간 1~2달 정도의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권 금리가 앞으로는 인하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대출 금리 인하는 금융당국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등 대형 손보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5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4조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 1조 1414억원 △DB손해보험 9806억원 △메리츠화재 8683억원 △현대해상 5609억원 △KB손해보험 5577억원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거리두기 여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과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하락 효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화재는 지난 1월31일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인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생명의 성과급은 연봉의 23%로 전해졌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역대 최대 수준인 연봉의 41%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현대해상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성과급 수준이 결정되는데 약 연봉 30% 내외로 전망된다. KB손보는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은행권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경고 불똥은 보험업계에도 튀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성과 보수 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사적 안전망으로써 보험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민생안정을 위해 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생보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손보사와는 달리 생보사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 등 6개 주요 생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2조7483억원으로 2021년 대비 2.2% 감소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보사 주력 상품인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돈잔치는 일부 손보사들의 얘기인데 억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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