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대구시에 이어 청주시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서울에서도 의무휴업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시청은 각 구청을 통해 의무휴업 변경에 대한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지난 1월 국회의원실에서 자료를 요구해서 자치구 의견을 취합해 제출한 적이 있다”며 “노원구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자치구 권한이지 서울시 소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노원구에선 마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무휴업 평일변경 건에 대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으로 동의 여부를 체크하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고 결국 조사가 중단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구청에서 대형마트 본사에 노동자들의 의견을 취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하지만 마트 3사에서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결국 조사는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원구청 측은 “의견을 수렴한 건 맞지만 대구시 사태가 불거지면서 마트 측에서 조사에 불응했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변경 움직임이 있었던 지자체는 노원구만이 아니었다. 마트노조는 지난 2월 송파구청이 대형마트 점장들을 모은 자리에서 의무휴업 평일 변경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파구청 관계자는 “간담회가 아닌 차담회 형식으로 인사 정도로 이야기하다 끝났다”면서 “경제진흥과장이 바뀌면서 인사 취지로 마트 점장들 모아 진행한 자리”라고 노조 측 주장에 선을 그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알아본 결과 서울시청에서 각 구청마다 의무휴업 변경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후 마트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을 박탈하는 '의무휴업 평일변경 반대' 기자회견 일정을 잡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아직까지 의무휴업 평일변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통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한다. 서울시는 시장이 25개 자치구의 대형마트가 같은 날 쉴 수 있게 권고하고, 구청장 권한으로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다.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면 지자체별로 조례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노조는 '시가 의무 휴업일 변경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의무휴업 평일변경 추진 사실을 묻는 공문을 보냈지만 시는 '시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마트노조는 현재 의무휴업 평일변경 반대 의견서 4500장을 서울시청과 관할구청에 전달한 상태다. 노조는 향후 서울시의 의무휴업 평일변경이 추진될 경우 퇴진 투쟁까지 예고하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대구시 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고시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마트노조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서울시가 마트 휴무일 변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마트 의무휴업 변경을 추진한다면 더 큰 책임을 서울시에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평일 변경은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던 안전 장치다. 이를 없앤다는 건 오직 대기업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것”이라며 “서울에서도 의무휴업 변경 시도가 시작된다면 윤 정부와 함께 오 시장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박무웅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도 “윤 정부의 노동자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월 2회가 아니라 매주 일요일로 늘어나야 마땅하다”면서 “휴무일 결정은 노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재벌들의 시장 독점으로 설 자리를 잃은 소상공인, 골목상권 존중을 위해서도 의무휴업이 후퇴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이던 의무 휴업일을 둘째·넷째주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어 청주시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