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고에 보험사의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한도가 축소될 지 주목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최대 1억원까지 변호사선임비를 보장하는 내용의 운전자보험 특약 판매를 지난 10일을 마지막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한도가 7000만원으로 내려간다.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공격적으로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에 나섰다. 발단은 변호사 선임비다. 그동안 운전자보험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 상태 또는 재판, 구속됐을 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해줬다. 그러나 새롭게 출시된 상품들은 자동차 사고 시 약식기소나 부기소, 경찰조사 단계에서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DB손해보험이 지난해 10월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시점을 기존 ‘검찰 기소 후’에서 ‘경찰 조사’ 단계로 앞당긴 상품을 내놓은 이후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롯데손보 등 손보사들이 변호사선임비 보장을 7000만원까지 확대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KB손보의 한도 조정에는 금융당국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달 23일 운전자보험을 두고 보험사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경보 등급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운전자보험은 부가 가능한 특약이 통상 100개 이상으로 매우 많고 보장 내용도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월 운전자보험 신계약건수는 지난해 7월 39만6000건에서 9월 39만9000건, 11월 60만300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금감원은 유의사항으로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 아님 △최근 경찰조사단계까지 보장이 확대된 변호사선임비용특약의 경우 사망 또는 중대법규위반 상해시 경찰조사 등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장 △비용손해 관련 담보들은 보장한도 전액이 아니라 실제 지출된 비용만 보장 △무면허·음주·뺑소니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안내했다.
KB손보는 이번 한도 하향은 금감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KB손보 관계자는 “한도 축소는 자체적 결정”이라며 “업계 평균 수준인 7000만원으로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포화 상태였던 장기보장성 보험 시장에서 ‘민식이법’ 등장으로 수요가 높아지면서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경쟁이 과열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금감원이 경쟁 자제를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보험사들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