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명 폭주에 먹통…애플페이 열기 얼마나 갈까

17만명 폭주에 먹통…애플페이 열기 얼마나 갈까

애플페이, 글로벌 시장 출시 9년 만에 韓 상륙
이용자 몰리며 서비스 먹통 되기도
“개인 결제정보 철저히 보호” 강조한 애플
단말기 보급·가맹점 확대는 숙제
“영향 제한적일 것” 관측도

기사승인 2023-03-21 17:11:19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 애플페이 결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세계 75개국에서 이용 중인 애플페이가 마침내 한국에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글로벌 시장에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 9년 만이다. 지난해 기준, 결제 규모 면에서 전 세계 1위인 비자(Visa)에 이어 2위인 애플페이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오전부터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제 삼성페이처럼 아이폰, 애플워치 등에 현대카드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실물 없이도 스마트폰 기기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현대카드와 애플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열었다. 애플페이 출시를 기다리던 시장 심리를 반영하듯 이날 오전에만 현대카드 애플페이 등록을 완료한 이용자는 17만명을 넘겼다. 이용자가 몰리며 일부 카드의 신규 이용자 등록과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오류 현상도 발생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로만 사용 가능한가

당분간은 그렇다. 현대카드는 금융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했다.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NFC 단말기를 보급하는 행위가 ‘리베이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아직 애플과 계약한 다른 카드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카드사들이 합류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협상을 진행하고 추가로 결제 서비스망을 까는 등 출시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사용하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현대카드가 발급한 비자 및 마스터카드를 사용하는 국내 전용카드 고객들은 애플 기기의 지갑 애플리케이션에 현대카드를 추가하면 온·오프라인 가맹점이나 인앱 결제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다운로드 받을 필요는 없다.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결제 시에는, 측면 버튼(Touch ID기기의 경우 홈 버튼)을 두 번 누른다. 아이폰 또는 애플 워치를 결제 단말기 근처에 가까이 대면 비접촉식 결제가 이뤄진다.

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건물에서 현대카드 관계자가 애플워치로 애플페이를 사용해보고 있다. 애플워치를 단말기에 직접 대지 않고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가 끝나면 화면에 ‘완료’ 문구가 뜬다.   사진=정진용 기자

 

-현대카드에서 발급한 모든 카드는 애플페이 사용 가능한가

현대카드에서 발행한 비자, 마스터카드, 국내 전용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는 바로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유니온페이 카드는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택시·화물차 유가보조금 카드, 법인명 법인 카드, 일부 개인명 법인 카드(주유 전용, 의약품 구매, 항공권 전용, 구매 전용 카드, 법인 중장비 선수금 결제)도 이용 제한된다.

-어디서 사용할 수 있나

애플페이 공식 참여 가맹점 브랜드는 21일 오후 1시 기준 총 124곳이다.

오프라인 가맹점 브랜드는 △GS25 등 편의점 6곳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쇼핑 12곳 △코스트코 코리아 등 마트·슈퍼 10곳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19곳 △파리바게트 등 제과·디저트 7곳 △맥도날드 등 외식 13곳 △이케아 등 생활·가전 6곳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등 호텔·리조트 20곳 △GS칼텍스 등 주유·충전 2곳 △교보문고 등 영화·도서 5곳 △서울랜드 등 레저·여행 7곳이다.

온라인 가맹점 브랜드는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17곳이다. 가맹 브랜드는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가맹점 브랜드를 빠르게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애플 페이 출시 소식을 알리는 광고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건물 전면에 붙어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애플페이 사용 불가한 곳은

먼저 대중교통은 애플페이로 탈 수 없다. 교통카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티머니·캐시비 등 교통카드업체와의 별도 제휴가 필요한데 아직 애플페이는 이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마트와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는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페이 강점은

타 간편결제 서비스와 차별성으로 애플이 내세운 것은 바로 개인정보 보호다. 애플페이는 결제시 기기별 번호와 고유거래코드를 사용한다. 카드번호가 기기나 애플 서버에 저장되는 일은 없고 애플을 통해 판매자에게 공유되는 일도 절대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LGU+,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던킨 올비 애플페이 인터네셔널 총괄은 이날 이벤트에서 “모든 정보는 암호화돼서 저장되기 때문에 애플은 고객이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 알 수 없다. 결제정보는 고객, 가맹점, 은행 또는 카드 발급사 간에만 유지된다”며 “사용자 결제데이터는 애플서버는 물론 개인 단말기에도 저장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기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어도 ‘나의 찾기’를 통해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제를 잠금 또는 중단 처리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1일 애플페이 출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애플페이가 간편결제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당장 애플페이 출시가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 낮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보급률이 발목을 잡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개 중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 내외다. 대당 15~2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은 영세 가맹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간편결제서비스 특성상 서비스 간 편차가 적어 이용자 이탈률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0%인 갤럭시의 경우에도, 삼성페이의 간편결제시장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봤다.

애플페이가 모든 국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6년 애플페이가 도입됐지만 QR코드를 이용한 간편한 결제 및 송금까지 가능한 ‘알리페이’, ‘위챗페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일본도 같은해 애플페이를 도입했으나 ‘페이페이’, ‘퀵페이’ 등 타 서비스에 밀렸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애플페이 이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장에 애플페이를 쓰기 위해 아이폰으로 갈아타겠다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다만 휴대폰 바꿀 시기가 됐을 때 아이폰을 염두에 둘 하나의 요인이 더 생기지 않겠나”라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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