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가 돈과 시간이 없어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사치’를 메타버스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
알바천국이 MZ세대 1223명 대상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지난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69.3%가 ‘메타버스에서 일상을 보낸다’라고 답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가장 많이 즐기는 것은 게임 등 여가 활동(69.7%)이었다.
반면 현실에서는 여가 활동을 즐기기 어려워졌다. 돈과 시간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5.1% 올랐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청년 사이에서는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N잡러’도 늘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결핍을 느끼는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또 다른 자아로 삼아 여가를 즐기게 하고 있다. 시간과 돈 모두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장비를 사고 장소를 예약해야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몇 번의 클릭으로 설원 위를 달릴 수 있다.

사회복지사 장경돈(28)씨는 휴일에도 취약계층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장씨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나, 여행이다. 그는 “일상을 떠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데 일이 바빠 가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런 그가 택한 것이 메타버스다. 장씨는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장씨는 “아바타가 대신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기도 한다”면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예기획사에 다니는 직장인 민지수(여·25)씨는 고등학생 시절 밴드부에서 기타를 쳤다. 기타 연주를 취미 생활로 이어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가 넘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이웃집에 폐를 끼칠 순 없다. 피로에 젖은 몸 역시 그의 취미를 방해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민씨는 메타버스 공간 한구석에 기타를 뒀다. 민씨가 원할 때 아바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나게 기타를 친다. 민씨는 “대신 연주하는 아바타를 보면 묘한 만족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선 갖기 힘든 물건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준석(21)씨. 전공 공부를 위해서라도 각종 사진집을 사들이고 싶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컬러 인쇄, 고가의 용지 탓에 일반적인 책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갖고 싶었던 사진집 등을 모두 모아 집을 꾸미겠다는 소망을 가진 그가 최근 가상공간에서 꿈을 이뤘다. 아바타가 사는 아파트 한쪽 벽면에 큰 책장을 뒀다. 책으로 가득 찬 책장을 보고 이씨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느꼈다.
가상의 물건이 이씨에게 즐거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메타버스 공간에만 있는 물건들을 보면 동시에 내 결핍을 깨닫는다”면서 “이런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자신을 보면 헛헛한 감정이 밀려온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