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제2의 ‘렉라자’ 기획
먼저 유한양행은 혁신 항암 신약 ‘렉라자’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동시에 제2, 3의 렉라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 23일 제10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신약인 렉라자를 필두로 유한양행의 비전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현재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 있다. 2021년 하반기 출시 이후 약 1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해 유한양행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함께 렉라자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히는 ‘타그리소’ 치료에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용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이며 1차 치료제 단독요법으로 국내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렉라자 이외에도 위마비증 치료제 ‘YH12852’,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 알레르기질환 치료제 ‘YH35324’, 면역항암제 ‘YH32367’ 등 5개 품목의 신약 개발과 13개 품목의 개량 신약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7758억원. 그 중 연구개발비가 1800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10.1%를 차지한다. 2017년부터 매년 연구개발 비중을 올려 최근 3년간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6부터 2022년까지 약 1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전통 제약사의 연구개발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3일 연구개발 전담 사장으로 김열홍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선임했다. 종양, 대사질환, 중추신경계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신임 김 사장 영입으로 종양 관련 질환군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10% 정도의 연구개발비 비중을 예상한다”며 “올 상반기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될 면역항암제 ‘YH32367’의 연구 결과와 함께 렉라자의 병용요법 임상 1차 데이터 및 국내 허가 신청 결과가 올해 발표될 예정인데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연구개발비 2000억대 저력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의 매출 1000억원대 진입과 당뇨병 신약 ‘엔블로’ 발매를 통한 고성장을 예고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29일 제21기 주주총회에서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피력했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7월 국내 출시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로 대웅제약의 34번째 신약이다. 현재 19개국에 진출해 총 1조원이 넘는 계약금을 체결했으며 하반기 매출만 100억원대를 기록했다.
36번째 신약이자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당뇨약인 ‘엔블로’ 역시 올해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멕시코, 브라질 등과 1000억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맺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3개국에 품목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한 상황이다.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를 포함해 쟁쟁한 신약을 출시해 온 대웅제약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DWP305401’,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DWN12088’,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품목, 비만 치료제 ‘DWP306001’, 감염병치료제 등의 신약 7개 품목, 개량 신약 3개 품목을 임상 중이다.
대웅제약도 연구개발비 비중을 높게 책정한 제약사 중 하나다. 매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매출 비중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가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 1조2801억원 중 연구개발비로 2014억원(17.78%)을 투자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진흥재단 등 산학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매년 연구개발비 비중이 1%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당뇨병 신약 엔블로 출시, 계열 내 최초 폐섬유화증 및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들의 글로벌 진출을 전개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신약 개발·수익성 개선 동시에
일동제약은 올 한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24일 제7기 주총에서 “최근 수년간 우리는 R&D 전문회사로서 입지를 다졌다”며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지속과 함께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의 ‘엔시트렐비르’는 홍콩 핑안시오노기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 판권을 확보한 코로나19 치료제다.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일본에서는 이미 긴급 사용승인을 받고 총 200만명분이 정부와 계약돼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4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회사 측은 엔시트렐비르가 출시될 경우 롱코비드(코로나 후유증)까지 감소시켜 엔데믹 시대의 새로운 옵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일동제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G16177’,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ID19031166’,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ID120040002’,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95’,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10338’, 간경변 치료제 ‘ID119050134’ 등 8개 품목을 자체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를 위해 손실도 감내했다. 2017년 400억원대였던 연구개발 비용은 2021년 1082억원, 지난해에는 1251억원까지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2017년 10.4%에서 지난해 19.7%에 이른다. 반면 영업손실은 커지고 있다. 2021년 555억원 적자였던 영업익은 지난해 735억원 손실로 기록됐다. 현금 자산도 2021년 1355억원에서 2022년 638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개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늘어나는 파이프라인 만큼 올해부터는 실적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그간 전략적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해왔다. 올해도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해 2형 당뇨병 치료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등의 과제들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