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2022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IFRS17 재무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IFRS17 적용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6167억원에서 1조2198억원으로 6031억원(97.8%)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543억원에서 1조223억원으로 6680억원(188.5%) 늘어 증가폭이 더 컸다. 수익률이 좋지 않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수익률이 좋은 보장성보험을 늘린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IFRS17 도입으로 자산과 부채가 감소하고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화재 자산·부채·자본은 각각 -9%·-12%·+14% 변동하고, DB손해보험은 -11%·-22%·+93% 변동이 예상된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좋은 운전자보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이익으로 보면 삼성화재는 1조1414억원에서 1조4764억원으로 3350억원(29%), DB손보는 9806억원에서 1조6703억원으로 6897억원(70%) 늘어 업계 1위와 2위가 바뀌었다. 하나증권 안영준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손보사는 생보사 대비 자본의 증가폭이 작은데, 이는 손보사의 일반·자동차 보험은 (생보사가 주로 운영하는) 장기보험에 비해 보험기간이 짧기 때문에 보험부채 적립금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FRS17 적용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핵심 지표로 등장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향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지표에서는 오랫동안 보험료를 거둬들일 수 있고, 가입자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가능성이 있는 장기보장성보험이 많은 보험사가 유리하다.안 연구원은 생보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CSM 비중이 높아 보험이익의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배당 재개가 기대되는 한화생명을, 손보사 중에서는 낮은 듀레이션으로 CSM 상각률이 높아 보험이익의 성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화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글로벌 보험사들과 비교하면 국내 보험사들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로,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 이익이 크게 증가해 자연스레 배당 증가, 밸류에이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IFRS17 적용이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유안타 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돼 생보가 타격을 받았다”며 “생보의 금리 민감도는 IFRS17 전환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변동이나 해지율 상승 등과 관련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용 문제로 극단적 금리 하락 상황에 대비하는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도 신종자본증권 등의 발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면 자본비율이 상당 부분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