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김연자(가명)씨는 남편을 여의고 3년째 혼자 생활하고 있다. 자식들도 먼 거리에서 일하다보니 왕래가 드물다. 종종 외로움이 깊어져 애완동물에 눈길이 가지만 잘 기르기엔 자신도 없고 힘이 부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내외가 거금을 들여 ‘돌봄로봇’을 선물했다. 김씨는 “처음엔 단순한 인형 정도로 생각했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 약 먹으라고 말을 해주고 가끔 말대답도 한다. 점점 애착이 생겼고 이젠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가는 노인 인구. 특히 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독거노인 역시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2020~2050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노인 인구 중 36.1%가 독거노인으로 집계됐으며, 2050년에는 그 비중이 49.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고됐다.
이 같은 사회 변화와 맞물려 최근 떠오르는 산업이 있다. 바로 ‘돌봄로봇’ 산업이다. 돌봄로봇은 노인, 경증 치매환자, 중증 장애인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한다.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맞춰 인력을 대신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치매 예방 로봇’의 경우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움직임을 인식하면서 노인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고 활동량도 증가시킬 수 있다. OX 퀴즈, 기억력 게임 등 다양한 인지기능 개선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다.
‘말동무 로봇’은 요즘 떠오르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와 같은 기능을 갖는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질문에 척척 대답하고, 때론 말을 먼저 걸거나 대답까지 하는 로봇도 있다. 노인이 생활 속에서 반응이 없거나 응급상황을 맞았을 때 보호자 또는 가까운 구급대 등에 바로 연락을 취하는 시스템도 구비했다.
적막을 깨고 노래를 들려주거나 약 복용 시간에 맞춰 알림을 전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수면 등 개인별 생활방식을 수치화하고 분석해 대상자의 특이행동이 감지하면 병원을 연계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엔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말을 걸거나 집 현관문 앞까지 마중을 나오는 로봇도 개발되는 추세다.
강윤규 국립재활원장은 “고령화와 함께 재활환자가 늘면서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돌봄로봇이나 돌봄기기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유망한 방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일본 등은 돌봄을 사회문제로 직시하고 돌봄로봇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정책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돌봄로봇을 노인 요양서비스 전담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현장 기반 돌봄로봇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이동지원로봇, 이승보조로봇, 안전지킴로봇, 배설지원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했으며 지원사업과 보험급여, 정부 보급사업 등을 통해 국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는 보편화까진 갈 길이 멀다. 일단 소비자의 가격 부담이 크다. 가격대가 60~100만원대를 이루는데, 주로 병원에서 활용하거나 지자체, 기관단체가 지원사업을 통해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경우 부담이 크다보니 구독 방식으로 매달 이용금액을 내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강 원장은 “현재로선 보급과 확산에 여러 가지 장벽들이 존재한다”며 “사용성과 인식, 가격, 제도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또 “돌봄로봇이나 돌봄기기의 현장 실증을 거쳐 실사용 경험을 공유하고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원장은 “가격 절감과 공적 급여뿐 아니라 민간시장에서의 활성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확대된 지원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