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냅두랬는데” 청약통장 탈출 러시, 언제까지

“엄마가 냅두랬는데” 청약통장 탈출 러시, 언제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로또 당첨’ 기대↓
기준금리 3.5%인데…청약통장 금리는 2.1%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장 해지 신중해야”

기사승인 2023-04-17 06:05:02
연합뉴스
#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3·여)씨는 14년 넘게 부어온 주택청약저축통장(청약통장)을 지난달 해지했다. 납입횟수는 168회를 넘고 금리도 4% 이상인 청약통장이었다. 주거래 A은행이 아닌 B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됐고, 청약통장을 B은행에서 만들어야 0.1%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은행원도 너무 아깝다면서 만류했다”면서 “언제 당첨될 지 모르는 청약통장 유지보다 매달 나갈 대출 이자 줄이는 게 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청약통장 예치금

오랜 기간 가입한 청약통장을 깨는 청년이 늘고 있다. 사회초년생의 내집 마련 필수품이었지만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이자율 때문에 청약통장은 ‘계륵’으로 전락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 예치금은 99조7515억원이다. 청약통장 예치금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105조387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반년 만에 5조원이 빠져나갔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총가입자 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2763만580명이다. 지난 1월 말(2773만9232명) 보다 10만8652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6월(2859만9279명) 정점을 찍은 뒤 다음달인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후 가입자가 계속 이탈하고 있다.

특히 20대와 40대 가입자 수 감소가 컸다. 20대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508만8265명) 가장 많았다가 지난 2월 488만3796명으로 집계됐다. 11개월 사이 20만4469명이 빠져나갔다. 40대 가입자 수 역시 지난해 6월(504만8848명) 이래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485만5328명까지 줄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부동산 시장 침체…“당첨은 될 수 있나” 회의감도

청약통장은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에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다. 통장 가입 기간, 납입 횟수, 예치금이 청약 가점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공분양의 경우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가 중요하다. 오랜 기간 부어온 청약통장을 깨는 것은 청약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쌓아온 점수를 모두 날리는 셈이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분양, 집값 하락으로 과거 ‘로또 청약’이라고 불릴 정도의 시세차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청약통장의 낮은 금리도 한 원인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는 2014년~2015년 3%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 8월 1.8%로 떨어진 뒤 6년 3개월 동안 요지부동이었다. 지난해 11월 2.1%로 찔끔 올랐지만 여전히 현재 기준금리 3.5%보다 턱없이 낮다.

당첨 확률에 대한 회의감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2)씨는 9년 전 들은 청약통장을 해지할 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생활비와 대출이자 때문이다. 매달 10만원씩 납입하던 것도 중단한 지 수 개월째. 최씨는 “기혼 유자녀 가구에 밀려 어차피 당첨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만원이 적은 돈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대학생이 된 뒤 부모님이 같이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어 주셨다. 그때 절대 깨면 안된다고 신신당부 하셨던 것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달부터 시행되는 규제지역 중소형 아파트 추첨제 공급으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규제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를 공급할 때 100%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무작위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추첨제가 도입되면 청약가점이 낮은 이들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부자 되는 지름길인데…어리석은 짓 하지마세요”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청약 통장 해지는 신중해야 하고, 특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약 통장 해지는 정말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분양한 둔촌주공의 경우에도 분양가가 13억인데 지금 시세가 17억이다. 시세차익 효과가 예전보다는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청약통장은 한국에서 청년세대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약통장은 당첨만 되면 계약금 10~20%만 있으면 되고 중도금도 전액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지금 일시적으로 금리가 낮다거나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약한다면 최소 5~10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발로 걷어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급할 경우에는 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고도 납입액의 90∼95%까지 대출이 가능한 청약통장 담보대출 이용을 권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통장 금리를 좀 더 높이면 가입자 이탈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최근 청약경쟁률이 국지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시장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나오는 곳도 있다. 가입기간이 길다면 청약통장 해약에 더 신중하길 권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집값 하락은 청년세대나 처음으로 내집 장만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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