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조카와 함께 식당에 갔는데 ‘노키즈존’이라는 말에 황당하고 불쾌했던 일이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들은 음식을 시키지 않고 요구하는 것이 많으며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것이다.
식당에 사람들이 북적이면 모를까 식사 시간이 지나 빈 테이블도 많은데 어린이라고 문전박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지 않냐고 항의했다.
몇 년 전 홍콩중앙도서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 2층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공간을 아주 큼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뛰어노는 어린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말을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휴일이라 아이들이 많았고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2층에 마련된 서가에서 신문, 잡지를 보면서 함께 도서관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을 설계할 때 어린이들에게 필요 사항을 경청한 후 반영했다고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날 101주년을 맞아 ‘2023 아동행복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아동의 심리·정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충동적 자살 생각을 한 아동의 비율은 2021년 4.4%에서 2023년에 10.2%로 대폭 늘었다.
우울과 불안 점수는 1.24점에서 1.3점으로 증가했으며, 자아존중감은 3.11점에서 3.06점으로 떨어졌다. 수면시간은 줄고 공부시간은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어린이날의 역사는 오래됐다. 1923년 방정환 등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고, 이후 1927년에 5월 첫째주 일요일을 변경했다.
1961년에 ‘아동복지법’을 제정하면서 5월 5일을 ‘어린이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 101주년을 맞는 어린이날이 되었는데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사회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의 폭력에 어린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공의 영역과 지역사회에서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먼저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헤르만 헤세는 “어린아이에게 배워라.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고 했다.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 어린이들이 희망의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이 잘 실현되는 사회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국내에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으며,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이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학위를,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출판저널> 발행인 겸 편집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출판학회 이사, 한국잡지협회 이사,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및 한국잡지저작권위탁관리소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 경기도당 문화민주주의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세명대와 건국대에서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경기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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