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에 활용된 장외파생상품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CFD 주가조작단이 초래한 무더기 하한가 현안을 보고하면서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의혹 핵심 관계자인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의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소재 사무실을 지난 3일 저녁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사무실에서는 라 대표와 함께 핵심 관련자로 알려진 프로골퍼 안 모씨와 측근 변 모씨가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은 투자 수익금을 빼돌리는 데 조력한 것으로 알려진 손모씨 주거지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증거 확보에 주력 중이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회장 연루설’로 첫 타깃이 됐다. 키움증권의 오너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하한가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기 때문이다. 라 대표 역시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로 김 회장을 지목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거래명세서를 공개하며 “매도 일자를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고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고 반박한 상태다.
금감원이 키움증권 CFD 검사에서 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개인 전문투자자 여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 여부다. 또 고객 주문 정보 이용, 내부 임직원의 연루 여부 등도 검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수사를 통해 확인해봐야겠지만 증권사에서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CFD 계좌개설을 해줬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앞으로 법적으로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먼저 늑장대응 비판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초·중순 작전 세력이 일부 종목의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띄우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주가폭락 사태가 이미 벌어진 후인 27일에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뒤늦게 자료를 공유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기밀 유출 의혹도 제기된다. 폭락 사태 직전 김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기업 총수가 주식 대량 매도 행위를 했는데 금융위 조사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금융위는 초기에 금융감독원 및 남부지검과 공조하지 않고 단독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제보 후에 조사 본격 착수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챈 주가조작 세력들이 물량 처분에 나서면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진 게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수사 관련) 정보가 샌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태가 이렇게 갑자기 급격하게 터져서 피해가 일시에 몰리지는 않았다고 본다. 금융위의 늑장 대응 여부, 귀책 사유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4일부터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 8개 종목 매물이 SG증권을 통해 쏟아졌다.원인 모를 이유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 8개 종목 시가총액은 4거래일간 8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해 4월 이후 강세를 펼치며 이달 초까지 1년여간 급등세를 보였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조작이 수월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