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혼조 마감했다. 예상을 밑도는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디즈니의 실적 부진과 지역은행 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나스닥을 제외하고 힘을 잃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1.82p(0.66%) 내린 3만3309.51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7.02p(0.17%) 하락한 4130.62, 나스닥지수는 22.06p(0.18%) 상승해 지수는 1만2328.51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물가 선행지표인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미 노동부는 3월 PPI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해서는 0.2% 늘었다. 시장 예상치인 2.5%, 0.3%를 각각 하회한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PPI까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당장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 88.2%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시장 과열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고용지표도 나왔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6만4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보다 2만2000건 증가한 수치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그러나 지역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퍼스트리퍼블릭에 이어 파산 후보로 지목됐던 팩웨스트 뱅코프는 이날 공시를 통해 5월 첫째 주 전체 예금이 95%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또다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은 필요시 즉각 가용가능한 유동성이 15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날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22.70% 폭락했다. 웨스턴얼라이언스 뱅코프와 자이언스 뱅코프 주가도 각각 0.77%, 4.51% 내렸다. 은행 위기 재점화에 은행주 대부분이 속한 다우 지수는 힘을 잃었다.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인상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종목별로 보면 S&P500 내 11개 종목 중 에너지, 유틸리티, 부동산 관련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월트디즈니 주가는 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디즈니플러스 구독자가 3개월 새 400만명 감소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8.73% 하락했다. 로빈후드 주가는 시장 예상보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에 6.39%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가 트위터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찾았다는 트윗을 올린 이후 2.10%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물가 지표를 주시하며 은행 위기, 유동성 축소 등이 야기할 문제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튜이티의 딜란 크레머 공동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경제 상황과 유동성, 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에 있다”며 “팩웨스트 이슈는 지역은행 위기와 부채한도 이슈로 인해 심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의 올리버 퍼쉐는 로이터를 통해 현재의 지역은행발 위기가 “은행권에 광범위한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마다 상황은 다를 것”이라면서도 “지역은행 투자자들에게 골칫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부채한도 인상 마감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은 더 터질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