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펜타곤 멤버 후이는 6개월 전 헤어질 결심을 했다. 2016년 데뷔 후 7년간 써온 예명과 헤어질 결심을. 그는 본명 이회택으로 Mnet 보이그룹 선발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에 도전장을 냈다. 어쩌면 잃을 게 더 많은 도전이었다. 한 그룹의 리더이자 음악 프로듀서로 쌓아온 경력에 흠집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변 만류도 컸다. 그런데 정작 후이는 “처음엔 부담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자리로 돌아온 후이를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보이즈 플래닛’은 전 세계 K팝 아이돌 지망생이 데뷔 자격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 이미 데뷔한 아이돌 가수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후이처럼 연차 높은 아이돌이 계급장을 뗀 사례는 많지 않았다. 후이는 “큰 변화를 위해 작은 불씨라도 만들어야 했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내가 가진 명성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음악을 만드는 것뿐이었으니까요. 팬들에게 더 질 좋은 무대와 음반, 콘텐츠를 보여주려면 더 큰 영향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야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정은 쉽지 않았다. 8년차 아이돌을 향한 기대는 프로그램 안팎에서 높았다. 후이는 “기대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에 몸이 아프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참가자 황민현과 김재환을 참가자와 마스터(심사위원)로 만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후이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성토가 나왔다. 후이도 “처음엔 기분이 오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마음으로 출연했는지 이해한다는 황민현 선배의 말(황민현은 데뷔 6년 차였던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했다)에 위안을 얻었다. 이 시간을 잘 헤쳐 나가면 황민현 선배처럼 멋진 아티스트가 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후이가 ‘보이즈 플래닛’에서 기록한 최종 순위는 13위. 그룹 제로베이스원으로 데뷔할 수 있는 순위(1~9위)에 들진 못했지만, 후이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조금도 없다”고 했다. 다시 펜타곤으로 돌아온 그는 24·25일 일본으로 날아가 팀 동료들과 팬미팅을 연다. 올해는 펜타곤에게 특별하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앞둬서다. 후이는 “열린 마음으로 회사와 논의 중이다. 멤버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며 “멤버들 관계는 정말 좋다. 어떻게 해야 펜타곤이 더 멋진 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때 “내 부족함을 유독 크게 느끼는” 완벽주의 성향과 “동생들에게 무섭고 카리스마 있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예민하고 날카로웠다”던 후이는, 이제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마주하더라도 “회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돌아보면 후이의 지난 7년은 부딪히고 깨져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펜타곤이 노래 ‘빛나리’를 히트시켰다가 멤버 탈퇴 등을 겪었을 때,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트로트에 도전했을 때와 MBN ‘로또싱어’에서 내로라하는 선배 가수들과 겨뤘을 때도, 후이는 어떻게든 자신을 일으켜 세워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면서 후이는 이렇게 말했다.
“‘보이즈 플래닛’은 모든 것이 등수로 매겨지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래서 등수에 따라 행복과 슬픔이 극명하게 나뉘곤 했어요. 그런데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세상에 좋기만 한 일이나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걸 느꼈어요. 이번에 혹평을 받았어도, 다음 번엔 그 혹평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더. ‘보이즈 플래닛’을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후배들에게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요즘엔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 희망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속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