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으로 도봉구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서 활동한 바 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운동선수를 꿈꿨지만 큰 수술을 겪어 선수의 꿈을 접고 학업을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후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한 적도 있다. 보수 논객으로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은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주류’로서 정치와 경제를 이끌었던 보수정당으로서는 처음 맞아보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대다수 국민이 당시의 보수정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을 비판하고 미워했다. 당선자조차 떳떳하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보수정당의 앞날은 어두웠다.
그런데 다 타버린 들판에 새싹이 피기 시작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젊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쇄신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지도부에 30대 젊은이들이 전면에 내세워졌다. 총선에서 낙선이나 낙천을 했던 젊은이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당의 개혁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보수정당에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그런데 30대가 맞이한 정치 문화와 정당의 시스템은 상당히 낯설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데, 정치문화나 정당의 시스템은 정당법이 만들어진 196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당원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비효율적 의사결정 시스템 등 현시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낯선 것은 바로 ‘미혼 정치인’을 대하는 정치 문화였다.
‘정치인=기혼’이라는 공식은 웬만하면 통한다. 근데 30대 정치인이 많아진 보수정당에서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혼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미혼 정치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치권에서는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형용모순이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여기저기서 난항을 겪게 된다.
당장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방식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서 후보자 이외에 명함을 돌리는 것도 대단히 제한적인데, 배우자는 예외다. 정치인의 배우자에 관한 관심은 크지 않은 데 비해, 미혼 정치인의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에 관해서는 관심이 매우 크다. 미혼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의 여자친구가 누군지,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일도 있었다. 바로 직전까지 미혼이었던 필자 역시도 이런 관심(?)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올해 결혼을 한다. 혼기가 꽉 찬 탓이 가장 크지만, 결혼을 서두르는 것은 ‘정치인의 여자친구’라는 포지션을 몇몇 지역 유권자분들이 어렵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관심은 크지만, 막상 있다고 하면 불편해하시는 그 모순. 정치인에게는 배우자가 있어야지, 어쩐지 애인이라는 대다수 국민이 사람에게는 좀 낯선 감정을 느끼시더라. 당장 호칭부터 어려워하신다.
또한 배우자를 당연히 전제하는 정치활동에도 소외된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 등 큰 공직 선거의 경우 현직 정치인들의 배우자들이 따로 모임을 하고 선거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배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입해서 당이나 캠프에 제출하게 되는데, 결혼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그 이름에 여자친구를 써야 하나 잠시 고민하게 되지만 결국 빈칸으로 낸다.
정당 시스템이나 정치 문화 자체가 ‘배우자 있는 사람’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정의당에도, 민주당에도, 국민의힘에도 이제는 20~40대 사이의 미혼 정치인이 많다. 문화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공직선거법이나 정당제도에서 남아 있는 차별적 요소부터 제거할 필요가 있다.
청년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면서, 막상 정당 안에 청년들의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거창한 것부터 바꿀 것이 아니라, 적어도 미혼 정치인이 차별받지 않은 제도나 문화를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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