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뒤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를 뜻한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공급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 간의 장기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브로드컴은 장기계약을 통해 삼성전자가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액이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 브로드컴에 배상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드컴은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워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다.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강제체결 등에 대해 거래상 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를 하자 브로드컴은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브로드컴은 동의의결안을 통해 삼성 등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게 부품의 선적 중단, 구매준의 승인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해 부품 공급계약의 체결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시정 방안을 제시했다.
또 반도체 분야 전문인력 양성 등 상생을 위한 기금 200억원을 조성하고 삼성전자에는 장기계약 기간(2020년 3월∼2021년 7월)에 주문이 이뤄진 브로드컴 부품에 대해 3년 간 품질 보증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의 시정방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 요건이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거래 상대방에 대한 피해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종동의의결안에 담긴 내용들은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삼성전자도 시정 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로드컴 역시 심의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기술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사항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최종안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