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관용에서 시작한다. 서로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설득한다. 많은 대화와 설득 끝에 계속해서 이견이 발생한다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표결에 부치고 그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이 선거로 하는 것이 민주공화정의 상식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정치에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진영논리에 갇혀 지지층이 주로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는 틀렸고, 각자가 옳다.
가령 노조 문제가 그렇다.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조는 분명 역할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노조의 폭력적인 불법행위는 근절해야 하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 역시 비판받을 지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러한 노조 문제에 단면적인 것만을 차용해 각자 명분을 만든다. 양당이 지지층을 위해 강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대화와 타협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당정의 집시법 개정안은 실효성의 의문이 든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고 나서 입법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극렬한 대립 상황 속에서 야당이 집시법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당정이 집시법 개정의 의지가 있었더라면, 현실적으로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개정 필요성의 함의를 설득했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노란봉투법’ 역시 실효성의 의문이 든다. 여소야대 상황을 등에 업고 야당이 이 법을 본회의에서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행정부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법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이 법을 대하는 각 정당의 괴리가 있는 상황에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 한 것은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명분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 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이유에 대해 여당은 차치하고 대국민 설득력도 부족했다. 대화는 없고, 힘만 남았다.
선거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심판을 받는다. 선거에서 승자는, 패자를 지지했던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며, 패자는 선거에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대선 결과를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오히려 내년에 예정된 총선은 대선 연장전의 성격인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곧이어 야당의 대표에 선출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집권여당으로서 야당과 많은 대화를 주문하고 싶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극단적인 대립 상황에 대한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며, 그 책임에 관한 결과는 원인과 관계없이 집권여당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렇다. 야당도 당정을 향한 비난을 넘어선 비아냥거리는 태도와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행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배척의 정치가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똘레랑스를 기억하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official_y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