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공정한 공천 경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공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당협위원장들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최근 연달아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당헌·당규에 의한 시스템 공천을 철저히 하고 공천 과정에 사심 개입이 배제되도록 챙기겠다”며 “그렇게 해서 능력 중심의 민심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검사 공천에 대한 질문에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검사 공천과 검사 왕국이 될 거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억지다. 시스템 공천을 통해 주민들 지지를 받는 사람들에게 공천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시스템 공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시 여의도 소재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검사 공천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낙하산 공천에 구애받지 말고 실력 공천만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계속해서 공천 공정성을 강조하는 건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대통령실발 낙하산 공천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 자체가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 공천에 대해) 공정하게 경쟁을 한다면 막을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낙하산 공천처럼 전략 공천을 쥐어주는 식이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언급한 시스템 공천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쿠키뉴스에 “말이 좋아서 시스템 공천”이라며 “공천 심사를 하는 공관위원장 등을 자신들이 임명한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은 지도부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과 같은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때 친윤 논란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이후 김 대표가 당선되고 지도부가 편향된 인사로 점철된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대통령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낙하산 공천을 막기 어려울 거라는 시각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 입장에선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통령실의 사명을 받는다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낙하산 공천이 없다는 걸) 단언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