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이 결국 ‘리그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데이원의 회원 자격 관련에 대해 논의한 끝에 리그에서 제명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KBL이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구단을 제명한 것은 1997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김희옥 KBL 총재는 “총회에서 데이원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최종 확인했다”면서 “데이원은 선수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의 안정성을 훼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프로농구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맞게 돼 리그 운영을 총괄하는 총재로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재창단한 데이원은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 6월 KBL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 과정에서 자금 및 운영 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됐다. 시즌 개막 전에는 KBL 가입급 15억원 중 우선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5억원을 마감일까지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개막 직전 “리그에 불참시킬 수 있다”는 KBL의 최후통첩이 떨어지고 나서야 1차 가입금을 납입하면서 시즌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시즌 도중에는 모기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직원 임금 체불, 하도급금 지연 등 자금난에 빠져 지난 2월 법원이 기업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릴 정도로 경영이 악화했다. 이로 인해 시즌 중에는 선수단과 사무국에 임금 체불 사태를 몇 차례 빚었다.
결국 시즌 도중인 3월 말 네이밍스폰서 계약이 종료됐고, 시즌이 끝난 후 고양 데이원으로 구단명이 바뀌었다.
KBL은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부산시와 진행 중인 연고지 이전 협약서와 체불 연봉 해소 방안 등을 제출하고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 후보 기업과의 협상 상황 등을 설명한 데이원에 2주 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원은 마지노선인 지난 15일까지 향후 구단 운영 방안에 대한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KBL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회원 자격 박탈을 최종 결정했다.
데이원이 퇴출되면서 KBL의 향후 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가까이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의 월급이 밀린 상태다. 주장 김강선을 비롯해 선수들과 데이원 팬들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토로하면서 향후 대응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KBL은 데이원 구단이 공개한 프로농구단 유치 의사를 밝혀온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을 물색한다. 선수단에는 이달 치 연봉과 긴급 생활자금을 우선 지급한 뒤 추후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김 총재는 “6월1일 이후 선수들 연봉은 KBL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의 상황을 감안해 긴급생활자금도 대여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7월 중순까지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특별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이적 시킬 방안도 가지고 있다. 전성현, 이정현 등 데이원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구단별 2명씩 같은 확률로 지명하는 방식이다. 추가 선수는 2023~2024시즌에 한해 샐러리캡과 등록정원에서도 예외 적용한다.
드래프트가 시행되면 KBL 출범 이후 26년간 이어온 10구단 체제가 9구단으로 바뀐다.
김 총재는 “데이원 소속 모든 선수들이 안정된 여건 속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새 후원사 유치, 인수기업 선정, 특별 드래프트 시행 등 가능한 조치를 성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