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칼럼-이유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달 12일부터 9월10일까지 전시되고 있는 ‘게임사회’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최초로 선보이는 게임 전시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메시지를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아, 게임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무척 뜻 깊은 일이다. 덩달아 내가 만든 ‘서울 2033’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란 명예를 얻은 것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게임이 예술 작품이자 전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이란 매체에 대해 지난 세월 동안 사회가 가져온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그것을 유저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또 그 방식을 어떻게 세련되고 참신하게 구사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으로서, 이는 예술가가 예술 작품에 어떤 주제를 담을지, 수용자에게 어떻게 의도를 전달할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표현 방식을 어떻게 선택할지를 고민하는 모습과 똑 닮았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 게임사회전은 최초의 게임 전시인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등 샌드박스형 게임과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빚은 메타버스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상 세계와 현실의 관계를 조명하기도 하고, 현실에 대한 주제 의식을 담은 시리어스 게임들을 배치해 메시지 전달 매개체로서의 게임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게임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여 게임의 접근성 장벽 이슈에 대해서도 짚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2033 역시 이 키워드에 맞추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전시 개막 전날 국립현대미술관의 초청으로 미리 가서 살펴본 전시는 대체로 즐거웠다. 전시실마다 제각기 화려한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 것이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웠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게임들과 시리어스 게임, 또는 다소 난해하거나 그로테스크해보이기까지 하는 ‘예술’형 게임들까지 함께 배치하여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의 파격적인 첫 도전이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점도 남았다.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서울 2033이 참여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양쪽 다 전시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피커나 이어폰 등 게임 체험을 위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있었다. 점자나 음성 안내도 없어 함께 방문한 시각장애인 친구가 전시를 제대로 즐길 방법이 없었기에 내가 팔짱을 낀 채 전시의 내용과 모습을 묘사해주어야 했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 컨트롤러들이 배치되어 있긴 했지만, 테이블이 다소 높아 이후 도착한 휠체어 이용 관람객은 체험에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전시는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SNS나 우리 게임 유저들에게 자랑하기가 조금 머뭇거려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테이블 제작부터 기술 점검까지 등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개선 약속을 보내주었다.
‘예술로서의 게임’을 전시한다는 것은 다소 과감하고 생소한 도전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현대에 게임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였을 때 꼭 필요한 용감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게임사회전이 우리 현실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전시의 인기 또한 하늘을 찌른다. 벌써 얼마나 많은 지인들이 별 기대 없이 방문했다가 내 게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연락을 해왔는지 모른다. 많은 개선과 발전으로 이번 게임사회전이 사람들과 우리 사회가 가진 게임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 커다란 하나의 획을 긋는 역사적인 전시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이유원
1995년생. 초등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인디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어느새 3년차 게임회사 대표가 되었다.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를 졸업하고,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하자'는 회사의 모토를 받들어 올해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자퇴했다. 게임 기획자로서 '허언증 소개팅!'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 2033' 등 기존에 없던 소재와 규칙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즐긴다. NDC, G-STAR, 한국콘텐츠진흥원,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지역 고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인디게임 기획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장르에 대해 강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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