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 그치면 수성동 계곡에 오르자
- 겸재 산수화에 담긴 풍경
- 장쾌한 물소리에 몸도 마음도 시원
지난 4일 전국을 흠뻑 적셨던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자 서울 도심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비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계곡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 느낌을 표현한 겸재 정선(1676년∼1759년)의 인왕제색도의 풍경을 만나러 5일, 종로구 수성동 계곡에 올랐다.
빌딩 숲을 벗어나 물소리가 아름다워 수성동으로 이름 지어진 계곡 초입에 서니 인왕산의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록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싱그러운 풀내음, 지난 비에 소폭포를 이룬 수성동 계곡의 바위를 타고 흐르는 장쾌한 물소리가 초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예전에는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가 경복궁까지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인왕산 기품을 품고 암반계곡 가로지르는 통돌다리 기린교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명경지수는 청계천을 따라 도심을 적신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김무성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