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전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고, 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우는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6일 성명을 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등 국제적인 금융 위기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각각 5%가 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특별 대출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라며 “세계 각국이 다가올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금융당국은 오히려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위가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저축은행의 지방은행으로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 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도 4개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저축은행 전반의 구조조정이 자행되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은행권의 과점체제 개혁을 이유로 쉽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은행권만 부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과 대규모 소비자 피해,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산업 경쟁 심화는 비은행금융기관에서도 저신용 차주 대출을 급격히 늘릴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융산업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금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금융위가 금리정책에 개입하면 통화정책 효과가 무력화된다”고 우려했다. 사무금융노조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금융위가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금융을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다름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위가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은행권의 자본 확충,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하면서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면서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 취약차주가 늘어나지 않도록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투입 및 복지정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금융위가 금융노동자 성과보수체계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 사무금융노조는 “희망퇴직금은 사측과 노동자간의 합의로 정년을 채우지 못한 보상형태로 받는 것으로 노사 어느 일방의 이익이 아닌 상호 이해관계의 접점에서 지급되는 제도”라며 “여기에 금융당국이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며 법적 근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사무금융노조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이 금융산업이라는 집을 통째로 허물어뜨리는 엉터리 대책이라 규정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은행 시스템부터 채권시장, 주식시장, 보험시장, 부동산시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임박했음에도 규제의 빗장을 풀어버린 금융위가 위기”라며 “사무금융노조는 금융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온갖 시도를 저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