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의료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200여 개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이 속한 단체로 총 4만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12일 보건의료노조는 오후 6시 이대서울병원 등 파업에 참여하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전야제 개회사에서 “2004년 주5일제 쟁취를 위한 산별 총파업 이후 19년 만에 실질적인 산별 총파업 투쟁이 내일부터 펼쳐진다”며 “이번 투쟁은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덜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가 아닌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이고, 삼성서울병원은 노조가 없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지만, 노조 내부 사정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하지 못해 이번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거나 늦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이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경기에서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에서 20여 곳의 상급종합병원이 파업 참여를 예고하고 있어 의료현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국립암센터나 부산대병원 등에서는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들이 전원·퇴원 조치되는 등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홈페이지 상단에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13∼14일에 대한 안내 공지를 띄우고 “보건의료노조 파업 기간 내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총파업 중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 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PR팀)을 구성·가동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 보건의료인력 확충 △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5월부터 사용자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용자 측은 정부 핑계를 대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고, 정부는 각종 제도개선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파업을 예고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 18개소 병원장들과 만나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했다.
박 차관은 “정부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며 “보건의료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오전 7시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 첫날인 13일에는 조합원들이 서울로 집결하는 대규모 상경 파업이, 2일 차인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개 거점파업 지역에 집결하는 총파업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