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회복지수가 올해 세계 12위로, 2021년과 비교해 5단계가 떨어졌다. 그 원인으로 연구개발(R&D) 생태계·인적자원 약화가 지목됐다.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싸이티바는 13일 코엑스에서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공급망 회복력 △인적자원 △R&D 생태계 △제조 민첩성 △정부 정책·규제 등 총 5가지 분야에 대한 전 세계 22개국 1250여명의 제약·바이오 업체 임원진의 평가를 통해 작성됐다.
회복지수는 국가별로 최저 1점에서 최고 10점까지 현황 점수를 부여해 결정됐다. 회복지수란 특정 국가의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팬데믹 등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평가한 지표다.
국가별 종합 회복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지수 평균 6.05점으로, 2년 전(6.76점)과 비교해 하락했다. 전체 순위도 7위에서 12위로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2년 전 가장 앞선 1위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싱가포르(6.41점)와 일본(6.06점)에 밀려 3위로 밀렸다.
항목별로 보면 한국은 R&D 생태계와 인적자원 분야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R&D 생태계는 2년 전 글로벌 순위 4위에서 올해 12위, 인적자원은 9위에서 16위까지 낮아졌다.
최준호 싸이티바코리아 대표는 “R&D 생태계·인적자원 점수가 떨어진 것은 다른 상위권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특히 제조와 R&D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R&D 파트너를 확보하거나 협업을 이루기 어렵고, 이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올해 상위권으로 떠오른 싱가폴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 대표는 “싱가포르는 외국인 근로자가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정착을 지원하고, 비자도 잘 돼 있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또 연구 증진을 위한 250억 달러 예산을 확보해 이 중 10%를 인재 개발에 투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7년 전보다 바이오 인력을 21%나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회복지수 강화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실제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가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1조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인재 양성 및 R&D 생태계 환경 개선 노력은 정부와 업계, 학계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한편, 싸이티바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 생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명과학 기업이다. 싸이티바는 백신,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 사용되는 여과시스템의 국내 생산을 위해 인천 송도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