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KDB칸서스밸류PEF는 지난 13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최종입찰자의 적격성과 KDB생명 경영 정상화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컨서스자산운용이 함께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 전량이다. 예상 가격은 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산은은 지난 2014년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적합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 매각이 성공하면 5번째 시도 만에 주인을 찾는 셈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 것은 비은행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 왔다.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14개 자회사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면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하나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1억으로 전년 대비 58.2% 감소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전환을 선포한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207억원 흑자에서 70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하나생명이 KDB생명과 합병할 경우, 덩치가 업계 9위권 수준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생명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원이고, KDB생명 총자산은 약 20조4000억원이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총자산 약 26조원으로 생보업계 9위 흥국생명(자산 약 26조원)을 바짝 뒤쫒게 된다.
KDB생명이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612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3007%다. 건전성 지표도 금융당국 권고치를 훨씬 밑돈다. KDB생명 1분기 신지급여력비율(K-ICS)는 101.7%다.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하나생명과 합병하게 되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생명은 보험 판매 채널이 방카슈랑스 위주고 KDB생명은 설계사 위주기 때문에 합병하면 여러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수익성이 높아져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장성보험 판매 노하우가 있는 KDB생명이 결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산은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경영에 더 적합하고, 실탄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금융의 3월말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123.2%와 38.2%로 동월말 은행금융지주 평균 109.9%와 29.3% 대비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합병,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생명 합병 사례처럼 금융지주 그룹 생보사들은 계속 덩치를 키워왔다”며 “KDB생명이 표면적 수치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아 초반에 자본 투입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하나금융이 보험사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설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DB생명이 비금융부문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계열에 편입될 경우, 하나금융 산하 금융회사들과의 연계영업 강화로 사업기반이 확대되고 추가 재무적 지원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나생명과의 합병 등을 통한 외형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역시 장기적으로 회사의 신용도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