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자원봉사자 손길에 힘입어
- 침수원인은 ‘수문 개폐로 만든 인재’
“큰아들이 지금 58세인데 그 아들 낳고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야”
“지난 토요일 아침인가, 집에 물이 조금씩 차서 나가봤더니 갑자기 물이 불어 놀라서 난간을 잡고 이층으로 올라가 겨우 살았다”면서 “그래도 얼마 안있어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와서 나를 구해줬어,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죽었지” 공주시 옥룡동에서 평생을 살아온 유영자(82) 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살긴 살았는데 보다시피 우리 집이 흙집이어서 가재도구도 그렇지만 금방 집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한숨도 못자고 있다”며 나라에서 빨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17일 오후 공주시 옥룡동 일대는 청소차량과 쓰레기차량이 도로에 가득 내어놓은 물에 흠뻑 젖은 가재도구 등 폐기처분해야 할 물품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었다.
집집마다 주민들은 그래도 쓸만한 물건들을 내어서 물에 씻어 말리고 있었다. 자원봉사 나온 32사단 장병들을 비롯해 민간봉사자들은 집안에 들이닥친 뻘을 걷어내고 남아있는 가재도구를 집밖으로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전 mcs(주) 공주지점의 박진문(54) 지점장은 “오늘 오전 일과를 마치고 직원 10명과 함께 왔다”면서 “젖은 벽지를 뜯어내고 물건을 옮기고 청소를 했다”면서 “모두 일정이 바쁘지만 복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내서 돕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전 8시 경 공주시 옥룡동 일대가 인근 금강에서 역류한 물에 잠기면서 1명이 숨지고 주택 113여 채가 물에 잠겨 이재민 230여 명이 발생했다. 충남 공주시 옥룡동 일대 침수의 원인으로 당시 역류와 수압 등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직원의 판단으로 수문을 닫아 침수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수문을 닫기 전 주민들에게 대피령도 내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침수된 주택의 지하 보일러실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 앞 맨홀에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1시간 안 되서 가슴까지 흙탕물이 차 지하까지 다 잠겼다”면서 “특히 우리 집이 지대가 낮아 다른 집 쓰레기들이 다 우리 지하창고로 몰려들어 왔다”고 한숨 지었다.
주민들은 “시가 주민들에게 수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수문 폐쇄 30분 만에 옥룡동 저지대 도로와 가옥이 물바다로 변했다”면서 “옥룡동 일대의 주택이 침수되자 뒤늦게 시와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안내 방송해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운영관리 주체와 나라가 책임져야 할 인재”라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청양 정산 568.5mm, 공주 509.5mm, 부여 439.8mm, 논산 402mm 등의 집중 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충남에서는 5명이 숨지고 농경지 7830ha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도로 157곳, 하천 96곳과 공산성 등 문화제 16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공주=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임형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