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일부터 KDB생명보험 본실사에 착수했다. 본 실사에는 두 달 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본실사를 거쳐 매매 가격 및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KDB산업은행과 컨서스자산운용이 함께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 전량이다. 예상 가격은 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추진은 이번이 5번째다. 이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 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금융지주는 MG손해보험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1조원대에 머무르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포트폴리오가 그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된다. 다만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증권사를 우선 인수하고 그 다음에 필요하면 적정한 우량 보험사를 타깃으로 하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교보생명도 MG손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금융사 중 하나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중이다. 생보, 손보,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인가를 받기 쉬워진다. 지난달 교보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손해보험업 진출 필요성과 배경 등을 설명하는 등 손해보험업 진출에 관한 안건을 보고했다. 다만 “특정 손해보험사 인수 등에 대한 거론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ABL생명 예비입찰에는 JC플라워,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 운용사 3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금융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사는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중에서도 핵심 금융사로 꼽힌다. 보험사에서 나오는 이익이 금융지주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분기 실적에서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에 오른 배경에는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약진이 두드러졌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이 2021년 말 기준으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인 100%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MG손보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금융위를 상대로 부실금융기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오는 10일 1심 판결선고기일 결과에 따라 매각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KDB생명 역시, RBC가 금융당국 권고 수준에 미달한다. 일각에서는 매각가 2000억원 외에도 KDB생명의 RBC 비율을 올리기까지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까지 생각하면 하나금융이 1조원 가량을 써야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해야만 본실사에 착수 할 수 있다. 향후 보험사 인수 의지가 있는 금융사들이 이번에 꼭 사기 위해 인수의향서를 냈다기 보다는, 스터디 차원에서 참여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면서 “이렇다 할 매력적인 매물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접근가능한 매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