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불황형 흑자는 경기 불황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해 수출입 결과가 흑자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8일 ‘2023년 6월 국제수지(잠정)’를 통해 6월 국내 경상수지가 58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6월 누적 경상수지는 24억4000만 달러 흑자이지만 전년 동기(248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90% 급감했다.
월별 경상수지는 지난 3월 3개월만에 흑자(1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4월 적자(-7억9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이후 5월 19억3000만달러, 6월 58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상태다.
6월 수출입 상황을 보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9.3% 감소한 541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이는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승용차 수출이 5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7% 증가했지만 반도체와 석유제품이 각각 28%, 40.5% 줄었다.
수입은 50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했다. 이는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소비재 수입은 6.8% 증가한 반면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각각 18.5%, 9.1%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26억1000만달러 적자로 14개월 연속 적자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행수지가 12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가공서비스수지도 5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다만 건설수지와 운송수지는 각각 4억3000만달러, 2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48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흑자로 이전소득수지는 3억5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경제 부진 완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제조업생산 감소세가 둔화되고 반도체 수출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제조업 생산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6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전월(-1.1%)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광공업 생산이 5월 -7.6%에서 -5.6%로 감소폭이 축소된 가운데, 반도체(-18.7%→-15.9%)와 전자부품(-19.9%→-12.2%), 화학제품(-16.7%→-10.4%) 등 주요 산업의 부진이 완화됐다.
여기에 반도체 생산은 4월 -21.6%에서 5월 -18.7%, 6월 -15.9%로 감소 폭이 줄었다. 반도체 출하는 5월 -20.5%에서 6월 15.6%로 플러스 전환 했고, 반도체 재고는 5월 80.7%에서 6월 49.1%로 대폭 감소했다.
KDI는 향후 국내 경제의 회복 변수로 원자잿값 상승과 중국 경기회복 지연 등을 꼽았다. KDI는 “최근 유가가 상승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 기상 여건 악화로 곡물 가격 급등 우려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