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품은 익숙한데 패션에도 비건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행사장에 와보니까 비건 식품들도 정말 맛있고 새로운 비건 제품들까지 알게 되서 좋네요.”
10일 오전 10시 코엑스B관에서 열린 ‘코리아비건페어’에는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방문객들이 많았다.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채식주의자, 건강상 이유로 채식이 필요한 사람들, 비건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등이 현장을 메웠다.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학생들은 각종 식품 부스를 돌아다니며 비건 식품을 맛보았다.
코리아비건페어는 서울시가 비건 전문 전시업체 ‘한국국제전시’와 함께 10∼12일 사흘간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서울시는 탄소 저감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비건 라이프’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다. 행사에는 137개 업체가 참여했다. 행사는 비건 전시 취지를 고려해 시식에 활용할 수 있는 시식·시음용 생분해 용기를 나눠줬다.
비건(vegan)은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을 포함해 동물에게 원료를 얻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주의를 뜻하는 말이다. 당초 채식 등 식생활에 적용되는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의류와 화장품 등 패션, 뷰티 등으로 확산해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방문객 A씨는 “최근 건강 악화로 인해 주에 몇 차례는 채식을 하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처음엔 건강을 이유로 시작한 채식이 이후 환경과 동물복지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써도 뿌듯한 마음이 생겨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 행사를 통해 맛있는 비건 식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업체들을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건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채식인구는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2021년 기준 250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비건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의 36.7%가 ‘다이어트’라고 답했고, 건강 악화(35.3%)와 환경·식량 문제(27.8%), 비건 식품·요리 접촉(26.%), 비윤리적 사육·도살 목격(25.6%) 등이 뒤를 이었다.
방문객 B씨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비건 식품은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오늘 현장에서 시식해 보니까 일반 제품보다도 더 맛있었다”며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비건 음식을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패션, 가죽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이 존재했다. 방문객 “비건 아이스크림, 빵, 김치 등 비건 식품은 대체로 익숙한데 비건 패션도 존재하는 줄 몰랐다. 가죽 제품을 보니까 옥수수 등을 활용해 만들었더라”며 “패션업계에서도 버려지는 옷들이 많아 탄소배출이 심각한 걸로 아는데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건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를 위한 세미나도 진행됐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펀딩플랫폼 와디즈에서 ‘비건 프로젝트 성공 사례 및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와디즈를 통한 비건 사업에 대해 홍보했다.
정유진 와디즈 마케터는 “와디즈 비건 펀딩 참여하는 서포터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만4804명이 비건 관련 아이디어로 참여했다”며 “많은 창업자와 기업체가 와디즈를 활용해 비건 신제품을 론칭하고 이후 시장 반응을 통해 정식 출시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비건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자본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까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고민하게 됐다”며 “마침 비건페어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들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