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8조여원 수준이다.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각각 4조6000여억원, 3조4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손보사 중 삼성화재가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들이며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지켰다. 삼성화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4% 불어난 1조2151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는 25.2% 증가한 8390억원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은 상반기 순이익 525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0.2% 줄었다. DB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9181억원, 현대해상은 15.8% 줄어든 5780억원이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전년 동기 대비 54.5% 오른 974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68.6% 증가한 70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교보생명은 34% 오른 671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생명은 순이익 1479억원(전년 대비 144% 증가), 신한라이프는 3117억원(32% 증가)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바뀐 회계기준이 실적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IFRS17은 미래에 보험 판매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가치가 재무제표 계산에 포함된다. 자산과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또 계산 방식이 회사 자율에 맡겨진 탓에 회사별 편차가 크고 수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회계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증가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채권 매입·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일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 영향이 제일 크다. 또 IFRS17 도입을 대비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높이기 위해 장기보장성보험 등 신계약을 확대했다. 일부 손보사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만큼, 1년 전과 실적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상반기 수치는 공식적인 수치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제대로 된 전년 대비 비교는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번 실적 발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해 온 상생금융을 비롯, 보험업계에 대한 사회 공헌 요구가 더 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달 한화생명이 5년 만기의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 출시 계획 발표 이후 상생금융 동참이 잠잠한 상태다. 다른 보험사들은 마땅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눈치싸움만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에서는 한화생명이 나선 만큼, 이번에는 실적이 훨씬 좋은 손보사 차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