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만큼 번 보험사...“회계제도 효과” 손사래

5대 은행 만큼 번 보험사...“회계제도 효과” 손사래

상반기 보험사 순이익 8조…5대 시중은행과 비슷
“신 회계제도 도입 외에 큰 변화 없어”
신계약 증가, 동남아 시장 진출 요인도 지목
한화생명 마지막으로 상생금융 ‘잠잠’

기사승인 2023-08-17 06:27:01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맞먹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보험 업계는 올해부터 적용된 신 회계제도(IFRS17)의 ‘착시 효과’ 라는 입장이다. 취약계층 지원,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 상생금융에 동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8조여원 수준이다.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각각 4조6000여억원, 3조4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손보사 중 삼성화재가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들이며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지켰다. 삼성화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4% 불어난 1조2151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는 25.2% 증가한 8390억원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은 상반기 순이익 525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0.2% 줄었다. DB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9181억원, 현대해상은 15.8% 줄어든 5780억원이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전년 동기 대비 54.5% 오른 974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68.6% 증가한 70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교보생명은 34% 오른 671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생명은 순이익 1479억원(전년 대비 144% 증가), 신한라이프는 3117억원(32%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상생친구 협약식’에 참석한 금융감독원 차수환 부원장보,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정성기 회장, 한화생명 임석현 전략기획실장.(왼쪽부터)   사진=정진용 기자

보험업계에서는 바뀐 회계기준이 실적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IFRS17은 미래에 보험 판매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가치가 재무제표 계산에 포함된다. 자산과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또 계산 방식이 회사 자율에 맡겨진 탓에 회사별 편차가 크고 수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회계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증가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채권 매입·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일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 영향이 제일 크다. 또 IFRS17 도입을 대비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높이기 위해 장기보장성보험 등 신계약을 확대했다. 일부 손보사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만큼, 1년 전과 실적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상반기 수치는 공식적인 수치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제대로 된 전년 대비 비교는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번 실적 발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해 온 상생금융을 비롯, 보험업계에 대한 사회 공헌 요구가 더 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달 한화생명이 5년 만기의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 출시 계획 발표 이후 상생금융 동참이 잠잠한 상태다. 다른 보험사들은 마땅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눈치싸움만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에서는 한화생명이 나선 만큼, 이번에는 실적이 훨씬 좋은 손보사 차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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