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의사소견서 작성은 일도 아닙니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간호사가 처방 내리고 의사 대신 일을 다 해요. 병원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안 됐고, 지역 보건당국도 병원 안에서 해결하라고 하네요. 결국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고 해고 통보 받았어요.” (경남지역 종합병원 A간호부장)
지난 6월26일 간호사에게 불법의료 행위를 강요한 전국 의료기관 81곳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국민신문고에 신고 됐지만 권익위는 이에 대한 답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준법투쟁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해고를 당하는 상황이라고 간호사 단체는 토로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7일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의료 행위에 대한 국민신문고 신고 후 권익위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시간이 걸린다’, ‘협회 대표자가 연락하면 알려주겠다’, ‘내용 정리 및 분류 중이다’ 등의 얘기를 하며 52일째 명확한 결과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는 변호사와 노무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통해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다음 이뤄진 사안이다”라며 “차일피일 조치가 미뤄지는 동안 총 6명의 간호사가 불법의료 신고 후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불법 진료 거부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현장 간호사의 증언도 이어졌다. 진료지원 인력인 PA간호사로 일했다는 간호사 B씨는 “준법투쟁을 하면서 간호사들이 해서는 안 되는 업무 범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사합의 과정에서 병원 측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법적으로 보호 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도 “병원장과 의사들은 ‘기존에 하던 일을 왜 거부하냐’며 압력을 넣었다. 주변 타 직역들의 힐난의 눈초리, 그리고 간호사만의 싸움인 것 같은 고립감이 너무 힘들었다”며 “불법진료 거부라는 양날의 검을 들고 어쩌면 더 많이 다치고 피를 흘리는 것은 약자인 간호사들이다. 우리를 보호해 줄 어떤 장치도 없다. 간호사들이 간호법에 목을 매는 이유”라고 피력했다.
간협은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신고한 회원 보호를 위해 17일부터 법·노무 자문센터 운영에 들어간다. 자문센터는 불법진료 거부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자문과 회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됐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간호사 준법투쟁과 관련해 의료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법률과 노무 자문을 받을 수 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62만 간호인과 함께 의료기관 현장에서 불법진료 행위가 근절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준법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다. 2차 신고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간협이 지난 5월18일 개설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지난 11일까지 1만4590건이 신고됐다. 간호사에게 불법진료를 강요한 병원의 실명을 신고한 건 수와 불법사례는 지난 6월26일 364개 기관, 8467건에서 385개 기관, 8942건으로 각각 22개 기관, 475건이 늘었다.
불법진료행위 거부로 인한 부당대우가 심각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4개의 의료기관은 처리가 완료됐거나 현재 현장실사가 진행 중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