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출판산업은 있지만 ‘출판학(出版學)’이 부재하다. 즉 대학에 ‘출판학과’가 있어서 출판학을 전공한 실무전문인력과 연구인력을 꾸준히 양성하는 시스템이 없다. 출판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은 대학에 출판학 전공을 두고 있다.
제대로 된 ‘출판학’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에 출판을 전공하는 ‘출판학과’를 만들고, 출판을 전공하는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이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제도적인 인력양성체계가 없는데, 정부와 출판업계가 협력하여 대학에 출판학과를 설치하고 출판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필자도 대학에서 출판과목을 가르쳤는데 주로 문화콘텐츠학과, 언론미디어학과 등 다른 학문에 종속되어 출판기획론, 편집기획론 등을 강의를 했다.
생각보다 학생들이 출판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은데 한학기 과목으로 짧게 출판과목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왔다.
출판학과에서는 출판철학, 출판역사 등 출판의 사상을 비롯하여 독자 및 시장분석 등 마케팅 역량,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출판실무 역량, 해외 저작권 수출을 위한 글로벌 역량, 출판의 OSMU를 위한 전문 역량, 인사노무 등 경영관리까지 매우 깊이 있고 전문성 있는 과목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서 출판의 영역은 단지 도서나 잡지의 영역뿐만 아니라 웹소설, 웹툰, 영상 등까지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는 출판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5조(전문인력 양성의 지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출판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필요한 관련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16조(전문인력의 양성)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 진흥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제1항에 따른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연구소, 대학, 그 밖의 기관을 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출판은 당대의 역사, 지식, 정보, 문화 등을 기록하고 후대에 전승하며 국가의 문화경쟁력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출판학 없는 출판산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중누각일 뿐이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등 도서구매 지원은 지속가능한 출판정책이 아니다. 출판업계가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정부의 도서구매 지원 정책에 기대기만 한다면 출판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출판산업의 미래 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출판산업이 국가의 문화산업을 이끌어가고 지속가능한 출판산업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대학에 출판학과를 만들고 ‘출판학’을 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야 할 일은 바로 출판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인재양성에 투자하는 정책이 지속가능한 출판정책이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한국출판학회 이사이다.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학교와 세명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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