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장마와 태풍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린 여름의 끝자락에서 남한산성에 위치한 수어장대(守禦將臺)에 올랐다. 수어장대는 수어청의 장수(將帥)가 군사를 지휘하던 군사시설이다. 국청사 아래 도로 한편에 차를 대고 20여분 경사진 산길을 걸었다.
삼각대와 카메라 장비를 메고 얼굴에 송송히 땀을 맺힐 무렵 수어장대 오른편 서울의 대부분을 담을 수 있는 촬영 포인트에 도착하니 시원한 조망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한 눈에 들어온다. 병풍을 두른 듯 좌로부터 관악산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이 서울을 감싸고 도심을 가르질러 한강이 유유히 흐른다.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강 건너 남산이 발아래 내려다 보인다. 이미 십 수 명의 사진작가들이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해넘이를 기다리고 있다.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뜨문뜨문 구름 너머로 서쪽 하늘이 붉어온다. 해가 지는 속도는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빨라지는 느낌이다. 구름 띠 위로는 아직도 파란하늘이지만 구름 아래는 노랗고 붉은 물감을 섞어 칠해 놓은 듯 남산 왼편 서쪽 방향으로 서서히 하루해가 저문다. 울긋불긋 도심의 불빛은 해넘이를 돋보이게 한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간 후에도 하늘은 다양한 컬러를 연출하면서 사진가들의 발길을 잡는다. 사진가들이 최고의 서울 일몰 출사(出寫) 포인트로 손꼽을만한 하다.
일몰 전후 30여분은 매직타임(Magic Time)으로 의외의 작품을 많이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다.
사진가 강호성(59) 씨는 "모처럼 수어장대에 올라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은 많이 걷고 작품구상도 해야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나오지만 의외성도 많아 늘 재미있게 작업을 한다."면서 "특히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취미 생활에는 최고"라고 말했다.
산성 서쪽 높은 곳에 위치한 수어장대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사진촬영 포인트가 알토란 같이 많은 곳이다.
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강호성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