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줄어든 극장 관객 수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919년 상반기 평균 관객 수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앞날을 낙관하긴 이르다. 상반기 극장 관객 수 중 한국 영화 관객수 점유율이 낮아져서다. 주요 멀티플렉스 3사 영업이익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콘텐츠 홍수로 눈 높아진 관객을 만족시키려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 1~6월 전체 관객 수는 5839만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동기 대비 1.3배 늘어난 수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을 이끈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이 관객 수 회복을 견인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도 4DX 등 특수상영관에서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한국 영화다.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 점유율은 36%로 2017~2019년 평균 점유율(57%)보다 낮다. 올 여름 개봉한 대작 영화만 하더라도 ‘밀수’(감독 류승완)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제작비 286억원을 들인 ‘더 문’(감독 김용화)은 관객 수가 51만명에 그쳤다. CJ ENM은 지난해 ‘외계+인’(감독 최동훈·누적 관객 153만명) 흥행 참패에 이어 2년 연속 여름 장사를 망쳤다. 하정우·주지훈 등 1000만 배우를 동원한 ‘비공식 작전’(감독 김성훈)도 누적 관객수 105만명으로 퇴장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위기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는 “OTT 등 다양한 채널에서 볼거리가 늘면서 관객의 취향이 달라지고 눈도 높아졌다”며 “상투적인 이야기로는 관객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관객들 사이에선 영화관람료가 너무 비싸다는 성토가 끊임없다. 2018년 1만1000~1만2000원 선이었던 영화관람료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 차례 인상돼 지금은 1만5000원(일반관 기준)이 됐다. 특수관 관람료는 2만원을 웃돈다. 다만 극장 쪽은 “식대와 교통비 등 물가 전반이 올라 (관람료 인상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관객이 원하는 관람료 수준을 맞추기엔 괴리가 크다”(조진호 CGV 국내사업본부장)는 입장이다.
극장은 마케팅을 다각화해 관객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본부장은 30일 서울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들을 만나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지고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범죄도시3’를 통해 볼 만한 콘텐츠라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아이맥스·4DX·스크린X 등 특수상영관을 확대하고 공연·스포츠 중계와 같은 얼터콘텐츠를 발굴하는 등의 노력으로 고객의 극장 방문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관객들 원성이 높은 극장 내 인력 부족과 시설관리 부실 문제도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노후 시설을 교체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