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흉기난동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사형제 대안으로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도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31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견 조회 요청에 따른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관한 기존 논의는 위헌 논란이 많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 취지의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유럽평의회 소속 국가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규정한 나라는 4개국이고, 11개국이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고 있다. 종신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9개국이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있다.
이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무기금고 포함)에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라며 이 제도 도입은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사형제를 유지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사형제에 비해 논란이 있는 중한 형벌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사형제와 비교하더라도 인권침해 경중을 따기지 어려운 형벌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현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추진 중인 법무부와 대비된다. 한국은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지난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최근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법무부는 사형제의 대안으로 무기징역과 사형 집행의 중간단계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형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미국은 49개주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면서도 그 중 27개주는 사형도 함께 집행하고 있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할 경우, 국민을 범죄로부터 예방하는 효과와 함께 죄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법관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