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냉동 난자 시술’ 지원…“미혼 여성은 왜 못 받나요”

저출산 대책 ‘냉동 난자 시술’ 지원…“미혼 여성은 왜 못 받나요”

정부 저출생 지원책 ‘냉동 난자 시술’, 기혼 여성만 적용
서울·충북은 냉동 비용 지원…“정책 범위 확대해야”
1회 비용 200~300만원에 검사 위한 긴 연차도 부담
“적극적 대책 중 하나로 미혼여성에 대한 지원 이뤄져야”

기사승인 2023-09-04 06:00:02
2023 맘스홀릭베이비페어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어요. 생리가 불규칙적이고 생리통도 심하고요. 당장 애를 낳을 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노산까지 겹쳐 임신이 어려울 수 있대요. 냉동 난자를 고민하는데, 부담이 크고 좀처럼 시술 받을 시간도 안 나요” 직장인 최수현(가명·35세) 씨

“일 적응하면서 집을 구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데 어느 새 30대 중반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요. 더 늦기 전에 난자라도 얼리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고 주변 시선도 긍정적이진 않아요. 그 돈으로 맞선이나 보라는 식이죠.” 직장인 박미지(가명·36세) 씨

임신과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초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산에 도움이 되는 ‘냉동 난자’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혼 여성에 국한된 정책 지원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정작 냉동 시술을 주로 이용하는 미혼 여성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여성의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해당 사안을 ‘난임·다둥이 지원 정책’에 담아 틀을 공개했다. 

냉동 난자 시술은 난임이나 노산에 대비해 건강한 난자를 냉동해 보관했다가 시술을 통해 실제 임신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항암치료·면역저하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향후 임신을 원하거나 미혼 여성 중 35세 이후 임신 계획이 있을 때, 또 검사상 난소예비능력이 저하돼 있는 경우 권고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존에 냉동했던 난자를 해동하고 체내에 수정하는 보조생식술을 받고자 할 경우 최대 2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2024년 관련 예산으로 6억원을 비치했다. 지원 대상은 기혼자로 한정했다. 또 난자를 얼리는 시술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기혼 여성의 기존 냉동 난자를 활용해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시술에 대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여성이 스스로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난자를 냉동하는 경우 국가 지원은 없다. 다만 일부 지자체가 관련 지원안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난자 냉동은 개인 선택에 의한 시술로 국가 난임 지원책에 포함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와 충북 지역은 임신 계획이 있는 30·40대 미혼·기혼 여성에게 최대 200만원의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지역에서는 지원이 없어 정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 전 냉동 난자 시술을 결정한 직장인 최수현(가명·35세) 씨는 “35세로 이미 노산인데다 산부인과 병력이 있어 질 좋은 난자를 채취하기 어렵대요. 시술에 회당 200~300만원이 드는데 병원 방문으로 인한 유류비, 업무 부담 등을 따지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꾀한다면 미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냉동 난자를 알아보고 택할 수 있도록 재정적,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주에서 지내는 미혼 여성 박미지(가명·36세) 씨는 난자 냉동 시술을 받으려고 서울을 오갔다. 10일 정도는 과배란 주사를 매일 맞으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 연차도 길게 내야 했다. 박씨는 “돈은 돈대로 들고, 시술을 밝히기 부담스러워 숨기다보니 휴가 쓰려면 눈치가 보였다”며 “출산 연령은 높아지는데 질 좋은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 때 정부가 신경을 써준다면 저출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한애라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수년 전과 비교하면 난자 동결을 원해 난임병원을 찾는 미혼 여성 수가 확실히 증가했다”면서 “난소예비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동결 시술도 해마다 늘고 있다. 기혼 여성은 난자 시술보다 배아 냉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차병원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 건수는 1194건으로 2020년(574건)의 2.1배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1년(9건)과 비교하면 132배 늘어난 수치다.

한 교수는 “적극적인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결혼을 안 한 암환자의 경우 암 치료뿐 아니라 가임력 보존을 위한 생식세포 동결 과정에서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가임력을 지키려는 생식세포 동결이 암의 필수적 치료 중 하나로 인정돼 건강보험 급여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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