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다음 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방문에 맞춰 나란히 인도네시아를 찾는다. 이번 방문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점검하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구 회장 등은 다음 달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행사에는 이들을 포함해 양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경제인들은 인도네시아 전기차·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으고, 인도네시아에 풍부한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등 협력 방안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와 LG 등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를 핵심 생산 기지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77만7천㎡ 규모 부지에 생산공장을 지었다.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완성차 생산거점이자 인도네시아 최초 전용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총투자비는 15억5천만달러(약 2조500억원)다. 연간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15만대이며, 향후 연 25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정 회장과 구 회장의 ‘배터리 회동’ 성과물인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2021년 9월부터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 33만㎡ 규모의 부지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셀은 내년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에도 장착된다.
합작공장은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를 고려해 생산능력을 30GWh까지 늘릴 전망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 법인과 현대모비스의 합작 법인인 현대에너지 인도네시아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3만3000㎡ 규모의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중 배터리 시스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그룹은 1990년 LG전자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설립하며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했다. LG전자는 현재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찌비뚱에서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을, 자카르타 북서쪽 땅그랑 지역에서는 냉장고 등을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찌비뚱 TV 공장 인근에 인도네시아 R&D센터를 추가 설립, 찌비뚱 TV 공장은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현지 완결형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LG전자가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7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매년 1조원가량의 매출 증가를 이어가는 데는 아시아권 거점 생산기지로서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LG그룹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와 합작공장을 짓는 것 외에도 LG CNS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신수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월 인도 아이스크림 자회사인 하브모어에 5년간 우리 돈 약 7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롯데제과는 이번 투자를 통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 마하라슈트라 산업개발공사 탈레가온에 6만㎡(약 1만8150평) 규모의 새로운 빙과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에 2008년 진출한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39억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LS그룹은 인도네시아에 LS전선, LS일렉트릭, LS엠트론 등 3사가 진출해 있다. 앞서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장관 등과 만나 인도네시아 국영전력공사와 '인도네시아 전력 인프라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