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긴 시간 사랑받은 컨트리 음악이 정파 싸움의 장이 되고 있다. 총기 사용을 옹호하는 취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가수가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자, 진보성향 단체는 이 가수 공연장에서 성조기 화형 퍼포먼스로 맞불을 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극좌 단체 ‘시카고 혁명 클럽’은 지난 9일 시카고 남서 교외도시 틴리파크에서 열린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 콘서트 도중 공연장 입구에서 성조기를 불태웠다.
이 단체는 성조기에 불을 붙이며 “우린 이 일을 소도시에서 해냈어. 노예제, 대량학살, 전쟁. 미국은 결코 위대했던 적이 없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알딘이 지난 5월 발표한 노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Try That in a Small Town·그 짓을 소도시에 가서 해봐)의 가사를 패러디한 구호다.
알딘은 이 곡에서 “할아버지가 준 총을 챙겨”(got a gun that my granddad gave me)라며 “그 짓을 소도시에서 해봐/ 올바르게 자란 백인 남성들로 가득한 곳”(try that in a small town/ full of good old boys raised up right)이라고 노래한다. 뮤직비디오에선 흑인 소년이 백인 폭도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숨진 테네시주 법원을 등장시켜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를 두고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인종차별적이며 총기 사용을 옹호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알딘은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케이블 방송 등은 이 뮤직비디오를 보이콧했다. 그러자 보수 백인들은 이 곡을 집단적으로 구매하며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노래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성조기 화형 시위에 참여한 라파엘 카라디스는 알딘을 겨냥해 “우리는 소도시에서 그 짓을 할 것”이라며 “그리고 대도시에서도 그 짓을 할 계획이다. 그것도 당신의 공연장 바로 앞에서”라고 경고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