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월드투어 마지막 서울 공연이 부실한 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1만75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관객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공연 시작이 20분가량 늦어졌다.
17일 오후 블랙핑크 서울 앙코르 콘서트가 열린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공연 시작 예정 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나도록 객석은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관객 입장이 늦어지면서다. 주최 측이 1~4층 관객을 4열로 줄 세워 입장하게 한 탓에 공연장에 들어서는 데만 15~20분이 걸렸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관객들은 “이러다 공연이 시작한 후에 들어가겠다”며 초조해했다.
공연장 입구 앞쪽에선 혼란이 더 심했다. 관객을 안내하던 용역업체 직원은 좌석 위치와 관계없이 ‘안쪽 출입문으로 이동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각 좌석 구역에 가까운 출입문을 안내하는 팻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외 관객들은 벽면에 붙은 좌석배치도를 보며 가까운 출입문을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그사이 장내에선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만 하릴없이 재생됐다. 공연은 예정 시간을 20분 넘겨서야 겨우 시작했다.
공연은 성대했다. 지난 4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 공연에 등장했던 시옷자 모양의 한옥 기와 세트가 무대 중앙에 자리해 위엄을 뽐냈다. 소속사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굴곡, 재질, 입체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의 환복 시간을 안무가들의 퍼포먼스와 밴드 연주로 채우는 등 현장성과 역동성에 집중한 구성도 돋보였다.
블랙핑크는 이날 ‘핑크베놈’(Pink Venm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뚜두뚜두’ 등 29여곡을 불렀다. 공연은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 같았다. 모든 무대가 화려하고 강렬하게 꾸며졌다. 공연 초반 “여러분이 앉아 있어 서운하다”는 제니의 말에 일제히 기립한 관객들은 2시간여 동안 의자에 엉덩이 붙일 줄을 몰랐다.
이번 공연은 블랙핑크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블랙핑크는 세계 34개 도시에서 64회에 걸쳐 공연을 열며 180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투어링데이터에 따르면 블랙핑크는 ‘본 핑크’ 투어로만 2억200만달러(약 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 멤버는 지난달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나 재게약을 논의 중인 상태. 멤버들은 “많은 분들이 이번 투어 마지막 공연을 응원하러 와주셔서 행복하다”며 “이전까지 한 공연과 달리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