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인기 작가 대서(윤현민)는 요즘 골머리를 앓는다. 다짜고짜 쳐들어 온 깡패 출신 인사들이 여동생을 책임지라고 윽박질러서다. 발단은 클럽에서 술에 잔뜩 취한 다음날 자신의 집에서 문제의 그 여동생, 진경(유라)과 한 침대에서 일어난 것부터 시작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대서와 진경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21일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정용기)는 2002년 개봉한 ‘가문의 영광’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다. 정준호와 김정은이 각각 연기한 대서, 진경과 이름도 같다. 전체적인 얼개가 동일한 가운데 달라진 건 캐릭터 설정이다. 법대 출신 엘리트이자 CEO였던 대서와 지고지순한 진경이 각각 인기 드라마 작가와 콘텐츠 기획자로 바뀐 정도다. 인물들의 직업 외에는 모든 게 거의 같다.
2002년에 흥한 이야기를 별다른 변주 없이 2023년으로 끌고 오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삐걱댄다. 캐릭터 행동엔 일관성이 없고 이야기엔 빈틈이 가득하다. 원작이 전형적인 로맨스 구도에 당시 인기였던 조폭 소재를 가미해 흥행한 것과 달리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뻔한 이야기에 일차원적인 웃음 코드를 버무렸다. 요즘 감수성과 맞추지 않고 되려 시대를 역행하니 재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정통 코미디를 겨냥했다고 하기엔 코미디 요소 역시 아쉽다. 일차원적인 언어유희와 김수미의 살벌한 욕설이 웃음 포인트인데, 웃기지 않아 문제다. 온갖 욕을 화려하게 버무리지만 재미를 느끼기 전에 눈살이 먼저 찌푸려진다. 수위가 다소 과격해서다. 웃음을 노리고 윤현민과 유라가 열심히 망가지지만, 의도대로 기능하진 못한다. 원작의 대표 명장면인 여주인공의 ‘나 항상 그대를’ 가창 역시 여타 감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갈등과 해결 구조 역시 엉성하다. 전개가 억지스럽다 보니 공감할 대목 역시 희미해진다.
윤현민과 유라는 성실히 연기한다. 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부족한 만듦새가 어느 정도는 채워진다. 영화가 가진 무기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이름뿐이다.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만큼 추석 연휴에 가족영화 선택지로 쉽게 오를 만하다. 다만 이름값에 기대기엔 여러모로 결과물이 아쉽다. 영광을 찾기엔 가문이 너무 빈약해졌다. 15세 이상 관람등급. 99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