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인력 파견을 중단해, 앞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폭력 피해를 당하면 지금보다 대응하기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여가부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신고센터에 더 이상 인력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이 폭력과 관련해 상담과 신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은 117이 유일하다. 푸른나무재단이나 사이버1388 청소년상담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도 있지만 상담만 가능하다. 117처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꿈드림은 가족 갈등, 학업 중단, 가출, 학업 문제 등 상담에 집중하는 곳이지만 신고는 받지 않는다.
학교 밖 청소년이 입는 폭력 피해는 학교 내에서 당하는 폭력 피해보다 신속한 신고와 수사가 더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2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에서 가장 높은 유형으로 나타난 건 언어폭력(41.5%)이었다. 신체폭력(16.4%)이나 성폭력(5.7%)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서울시 관내에 거주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한 임재연 목원대 교직과 교수의 ‘학교 밖 청소년의 폭력 경험에 관한 연구’(2022)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17의 신고 기능이 중요한 이유다.
117 인력 감소가 상담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점도 문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상담사 한 명이 하루에 상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담 연락이 계속 오면 상담 시간이 짧아지고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117은 학교 밖 청소년을 돕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이미 학교를 나간 청소년은 법적으로 ‘학생’ 신분이 아니라서 학교나 교육부의 보호·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해자가 학생 신분일 때 학교폭력으로 인정해 지원해준다.
여전히 학교 밖에서 폭력 문제를 겪는 청소년의 숫자는 적지 않다. 임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학교 밖에서 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전체의 10.4%로 조사됐다. 푸른나무재단의 2017년 조사에서도 학교를 그만둔 후 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8.3%에 달했다. 지난해 7월5일 충북 천안시 성정동에서 학교 밖 청소년인 A씨가 함께 지내는 학교 밖 청소년 집단의 폭행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가부의 117 인력 파견 중단이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폭력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근아 징검다리배움터늘품 대표교사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응 역량은 지금도 부족하다”며 “아이들이 소통하고 도움받을 채널이 사라지면 이미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더욱 소외될 수 있다”고 했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책이 더 활성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17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단 얘기도 나온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117은 학교 밖 청소년이 빠르게 신고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번호였는데, 인력이 줄어들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성 관련 폭력이 일어나면 신고가 꼭 필요하다. 내년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대안이 마련돼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