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일대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북한을 포함한 국제 협력을 복원할 비전을 찾기 위해 국내외 석학,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0일 북한으로부터 1.4㎞ 떨어진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에서 ‘에코피스 포럼’이 바로 그 자리다. 이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 DMZ의 지속 가능한 생태와 평화를 위한 비전을 치열하게 논의했다.
경기도 주최, 경기관광공사 주관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DMZ 오픈 페스티벌’의 여러 학술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지난 19일 DMZ 투어로 시작한 이번 포럼은 22일까지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3일 동안 국내·외 석학, 전문가 등 7개국 55명이 생태와 평화를 주제로 각각 5개씩 총 10개 세션을 진행했다.
생태 부문에선 DMZ의 생태·문화적 가치의 장기적 보존과 평화적인 이용 방안을 위한 현황 및 과제를 이야기했다. 생태·평화 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한 DMZ를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9년부터 DMZ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해왔다. DMZ는 그동안 인류에게 없던 독특한 자연경관이자, 인류 근현대사의 갈등·대립·화해의 전환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날 브라이언 밀러 미국 지질조사국 박사는 “DMZ는 자연 문화유산과 생태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며 “DMZ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하기 전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성진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도 “남한의 DMZ뿐 아니라 북한의 DMZ 구간을 조사해서 폭 4㎞ 구간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과제”라고 밝혔다.
DMZ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밀러 박사는 “DMZ 연구와 보호·보존을 위한 관리 등이 함께 이뤄지는 동시에 관광객이 와야 한다”라며 “인간은 결국 자연과 연결된다. 이러한 가치를 다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해서 DMZ와 인근 지역을 잘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도 “현재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DMZ를 개발해 관광 자원으로 만들려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진 평화 부문에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 협력하는 ‘함께하는 평화’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과 평화를 이룰 새로운 틀을 모색하자는 의미다. 인도, 사우디, 브라질, 멕시코 등을 비롯한 120여개 국가들이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된다.
이화용 경희대 교수는 “남반구 국가들은 여전히 국가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가 중심 프레임에서 평화 개발이라는 민간 주도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수용해갈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와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치권력이나 우월함의 문제가 아닌, 지구촌에 절실한 생사 문제로 접근한다면 패러다임 인식 전환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온 댄 크라우제 헬무트슈미트대학교 교수도 “인도나 남아공, 한국 등 중견 국가의 영향력이 필요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환경·기후·보건·교육·식량·물·경제 등 모든 맥락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유민지 기자 jihye@kukinews.com